↑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 ⓒ양동욱 인턴기자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임성택(47·사진) 소송 전문 변호사는 공익과 인권을 생각하는 법률가다. 임 변호사는 정희성 시인의 '바위 밑에서 민들레가 돋아나듯 아마도 꽃 피우는 법이 따로 있기는 있을지 몰라'라는 시구를 인용하며 "법은 차갑고 냉정할 때가 많지만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장애인 꿈 찾기에 동행
"소송을 정말로 잘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소송은 당사자의 권리를 찾거나,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일이며 보람 있는 일입니다. 당사자의 재산을 지키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죠."
임 변호사는 최근 장애인의 꿈을 찾아주는 소송에서 값진 결실을 얻었다. 복지시설에서 나와 자립하려는 뇌병변장애 1급 황모씨가 "지역 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도록 해 달라"며 낸 소송을 대리해 지난달 첫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임 변호사는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납북어부 서창덕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서씨는 간첩 누명에 형제들에게 버림 받고 아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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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변호사는 "다행히 재심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고 판사가 사법부의 과오를 인정해 서씨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었다"며 "41년간의 누명을 벗고 환한 웃음과 함께 법정을 나오던 서씨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기업과 공익을 연결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도 다졌다.
◇승소율 높은 전략가
사실, 임 변호사는 승소율이 아주 높은 변호사로 통한다. 100%의 승소율을 거둔 해도 있었다.
"소송은 변호사면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어렵고 전문적인 것 역시 소송입니다. 법률과 법리, 판례에 밝아야 할 뿐 아니라 논리력과 글 솜씨도 탁월해야 합니다. 구술변론 능력과 폭넓은 시야, 끈질기고 집요한 자세도 갖춰야 훌륭한 소송 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사건이라는 깊고 넓은 바다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실관계를 찾아내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전략가가 돼야 하고 탁월한 탐정이 돼야 하며 때론 웅변가가 돼야 한다.
임 변호사는 'KOREA FIRST'라는 광고문구를 둘러싼 제일은행과 국민카드의 법적 분쟁에서 '여론조사'라는 전략으로 국민카드의 승소를 이끌었다. 국민카드가 'KOREA FIRST CARD'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자 수십년간 'KOREA FIRST BANK'를 영문명으로 쓰던 제일은행이 광고를 중단하라며 소송을 낸 것.
임 변호사는 갤럽을 통해 'FIRST KOREA BANK'하면 떠오르는 은행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국민은행이 제일은행을 누르고 1위. 임 변호사의 전략은 주효했다.
네이버 측을 대리한 임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다음 카페가 잘 알려져 있지만 '카페'라는 이름을 사용할 권한을 독점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카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컫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변호사가 되겠다"
임 변호사는 은행, 증권, 카드,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의 소송뿐 아니라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 건설회사의 대형소송도 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소송이 금융이나 환경 문제와 결합돼 복잡화하는 양상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늘고 리츠(REITs) 등의 부동산 금융기법이 등장하면서 금융과 부동산 분야 전문가인 임 변호사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법학 뿐 아니라 인문학, 경영학, 공학 등의 지식을 어우르고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송을 잘하는 변호사로 '통섭'(統攝)을 해내는 변호사가 되는 게 임 변호사의 목표다.
"소송에서 이기는 변호사도 중요하지만 지더라도 당사자의 존중을 받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변호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 중소기업의 소송을 대리하면서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3심에서 패소한 경험이 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소송이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당사자의 얘기를 들었고 그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의뢰인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지만 임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하면서 희망을 보고 재기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갈수록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심을 다해 일을 하는 변호사, 그래서 당사자와 법원 등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변호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