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에 도움 주고싶다"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배혜림 기자 2011.02.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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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 ⓒ양동욱 인턴기자↑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 ⓒ양동욱 인턴기자


'법에도 눈물이 있는가.' 굴곡 많은 우리 역사 속에서 법은 차갑고 냉정하게만 보일 때가 있다. 법률가들은 스스로 자신의 피가 차갑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법이 약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도록 하는 가슴 따뜻한 법률가들도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용감한 법률가도 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임성택(47·사진) 소송 전문 변호사는 공익과 인권을 생각하는 법률가다. 임 변호사는 정희성 시인의 '바위 밑에서 민들레가 돋아나듯 아마도 꽃 피우는 법이 따로 있기는 있을지 몰라'라는 시구를 인용하며 "법은 차갑고 냉정할 때가 많지만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공익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로펌의 전범(典範)을 만들기 위해 대형로펌을 박차고 나와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했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공익소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변호사다.

◇장애인 꿈 찾기에 동행
"소송을 정말로 잘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소송은 당사자의 권리를 찾거나,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일이며 보람 있는 일입니다. 당사자의 재산을 지키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죠."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데도 로펌에서 변호사를 시작해 계속 로펌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변호사는 누군가를 도와주려면 소송을 잘 해야 하고 로펌이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임 변호사에게 소송과 공익활동은 같은 말인 셈이다.

임 변호사는 최근 장애인의 꿈을 찾아주는 소송에서 값진 결실을 얻었다. 복지시설에서 나와 자립하려는 뇌병변장애 1급 황모씨가 "지역 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도록 해 달라"며 낸 소송을 대리해 지난달 첫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도움 주고싶다"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인이 아닌 이상 신체장애인을 시설에 무더기로 살게 하지 않는다. 지역 사회에서 3~4명씩 모여 공동생활가정을 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애인이 스스로 시장에서 장을 봐야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해야 하지만, 그것은 자유와 희망이 있는 삶이다.

임 변호사는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납북어부 서창덕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서씨는 간첩 누명에 형제들에게 버림 받고 아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상처를 입었다.


임 변호사는 "다행히 재심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고 판사가 사법부의 과오를 인정해 서씨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었다"며 "41년간의 누명을 벗고 환한 웃음과 함께 법정을 나오던 서씨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기업과 공익을 연결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도 다졌다.

◇승소율 높은 전략가
사실, 임 변호사는 승소율이 아주 높은 변호사로 통한다. 100%의 승소율을 거둔 해도 있었다.

"소송은 변호사면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장 어렵고 전문적인 것 역시 소송입니다. 법률과 법리, 판례에 밝아야 할 뿐 아니라 논리력과 글 솜씨도 탁월해야 합니다. 구술변론 능력과 폭넓은 시야, 끈질기고 집요한 자세도 갖춰야 훌륭한 소송 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사건이라는 깊고 넓은 바다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실관계를 찾아내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전략가가 돼야 하고 탁월한 탐정이 돼야 하며 때론 웅변가가 돼야 한다.

임 변호사는 'KOREA FIRST'라는 광고문구를 둘러싼 제일은행과 국민카드의 법적 분쟁에서 '여론조사'라는 전략으로 국민카드의 승소를 이끌었다. 국민카드가 'KOREA FIRST CARD'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자 수십년간 'KOREA FIRST BANK'를 영문명으로 쓰던 제일은행이 광고를 중단하라며 소송을 낸 것.

임 변호사는 갤럽을 통해 'FIRST KOREA BANK'하면 떠오르는 은행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국민은행이 제일은행을 누르고 1위. 임 변호사의 전략은 주효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도움 주고싶다"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카페'라는 명칭을 특정 포털사이트가 독점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도 이끌어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NHN의 인터넷포털 네이버의 '카페'라는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해 표장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사건이 있었다.

네이버 측을 대리한 임 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다음 카페가 잘 알려져 있지만 '카페'라는 이름을 사용할 권한을 독점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카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컫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변호사가 되겠다"
임 변호사는 은행, 증권, 카드,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의 소송뿐 아니라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 건설회사의 대형소송도 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소송이 금융이나 환경 문제와 결합돼 복잡화하는 양상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늘고 리츠(REITs) 등의 부동산 금융기법이 등장하면서 금융과 부동산 분야 전문가인 임 변호사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법학 뿐 아니라 인문학, 경영학, 공학 등의 지식을 어우르고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송을 잘하는 변호사로 '통섭'(統攝)을 해내는 변호사가 되는 게 임 변호사의 목표다.

"소송에서 이기는 변호사도 중요하지만 지더라도 당사자의 존중을 받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변호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 중소기업의 소송을 대리하면서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3심에서 패소한 경험이 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소송이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당사자의 얘기를 들었고 그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의뢰인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지만 임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하면서 희망을 보고 재기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갈수록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진심을 다해 일을 하는 변호사, 그래서 당사자와 법원 등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변호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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