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전·월세대책 한달 "부르는 게 값"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2.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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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뛰는데 대책은 늑장… 2·11보완책도 실효성 회의적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죠. 2억원에 전세 내놓더니 1시간 만에 전화해서 또 2000만원을 올리더라니까."(구의동 S공인중개업소)

"정부 대책이 나와서 전세 계약을 미루고 좀 기다려봤죠. 그런데 그새 1500만원이 뛰었더라고요."(공무원 박모씨)



정부가 1·13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흘렀지만 전세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3 대책이 나온 후에도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0.5% 올랐고 수도권과 신도시는 1%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1월 한 달간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평균 0.85% 올라 2002년 이후(매달 1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 정부의 대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세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세입자 자금지원 확대와 민간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을 통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2·11 전·월세 보완대책을 1개월 만에 추가 발표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난을 해결한 데 역부족이란 회의적 시각이 다수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1·13대책이 나온 뒤에도 전셋값 상승률은 최고 수준을 보였고 저가의 외곽지역과 중대형으로도 확산 추세를 보였다"며 "세입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긴 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114ⓒ부동산114


◇"집주인 부르는 게 값"


당장 전세 물건 찾기 어려운데 공급 위주의 대책으로는 1~2년 뒤에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구의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상황이 전혀 나아지질 않고 있고 요즘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며 "오히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자금 지원이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전세 물량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은 전세난 해결에 일부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뛰는 전셋값을 놔두고 대출 지원을 하게 되면 서민의 가계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또 다가구를 소유해 임대사업에 나서는 경우 집값이 적어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부동산시장 분위기와 괴리가 있다.

◇"전세대출 낀 세입자 받아주겠어요?"

1·13 전·월세대책 한달 "부르는 게 값"
전세자금 지원책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문정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난 때문에 목소리가 커진 집주인이 전세대출을 끼고 들어오려는 세입자들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잘 모르니 정책을 내놓아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집주인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셋값을 올리는 걸 자제해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신도림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난 불씨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시작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는데 뒤늦게 1월야 대책을 내놓으니깐 약발이 안 먹히는 것"이라며 "대책은 2년 뒤에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고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저금리를 통한 전세금 지원과 임대사업 활성화 등은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내겠지만 현재 벌어지는 전세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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