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전세난 해결책 될까?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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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인상률 5%로 제한…정부·여당은 반대

겨울철 비수기에도 전세난이 수그러들지 않아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전·월세 안정방안을 발표했지만 전셋값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놔 관심이 쏠린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주택 임대료의 지나친 인상을 막기 위해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것으로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가 국내시장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전·월세시장에 개입해 가격 통제정책을 쓰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단기적인 전셋값 급등, 전·월세주택 공급 축소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어떤 내용 검토되나

민주당 전·월세대책특별위원회(이하 전세특위)는 지난 9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전·월세 계약갱신 때 금액 인상폭이 연 5% 범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때는 임차인이 위반금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임차인에게 연체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임대인이 이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전세특위가 마련한 대책과 박영선·이용섭 의원이 발의한 안, 조경태 의원이 발의한 안 등을 통합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위에 올릴 예정이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최장 6년간 세입자의 임대계약갱신 보장, 임대료 인상률 최대 5% 한도로 제한, 임대차 표준계약서와 임대등록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도 이달 초 전·월세 상한선을 지정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전·월세 급등 지역에 대해 가격 상한선을 지정·고시하는 한편 이를 초과해 전셋값이나 월세를 받으면 집주인에게 과징금을 물리자는 내용이다.

시민단체도 전·월세 상한제에 힘을 싣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세값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정부가 정한 인상률 상한선 범위(5~10%)에서 제한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 불투명, 실효성도 미지수

민주당은 전세특위가 제안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세금 5% 상한제를 시행령이 아닌 강제성 있는 상위법으로 규정하는 게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월세 상한제가)반드시 통과되도록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집주인들이 전·월세 물건 내놓기를 꺼려 공급난,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하지만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임대물량이 줄고 이중가격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통제 정책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셋값을 더 뛰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이 같은 개정안을 내놨을 때도 국토부와 법무부는 "임대인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임대 기피에 따른 공급 감소, 보증금 급등 등이 우려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전·월세 상한제 효과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주택 구매를 미루는 수요자들이 증가해 전세난이 심화됐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전셋값을 누른다고 해결되겠냐"며 "전셋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입자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전·월세 상한제는)내집을 적정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를 무시한 대안"이라며 "전세난을 수수방관해온 정부를 비판하려고 내놓은 대안일 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권력을 동원해 계약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면 집주인의 지나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를 통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전셋값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더이상 당사자 간 사적 자치에 주택임대차계약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개입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는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며 "상한제가 시행되면 전셋값 폭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과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세입자 주거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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