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CEO 압박…동반성장 '본격시동'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1.02.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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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34명 대기업 CEO만나 '역할론' 강조, 업계 '길들이기' 우려도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놓고 감독당국 최고 책임자인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 수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만남을 정례화해 동반성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원장-대기업 수장, 첫 대대적 회동=11일 김동수 공정위원장(사진)과 15대 대기업 CEO들과의 간담회를 끝으로 3일 간에 걸친 동반성장 릴레이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공정위, 대기업CEO 압박…동반성장 '본격시동'


이번 릴레이 간담회에는 15대 대기업을 포함, 9개 대형유통업체 및 10개 대형건설업체 등 총 34개 대기업의 CEO가 참석했다.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 CEO들이 동반성장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동반성장의 필요성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대기업 CEO들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하도급법 상습위반 등 사안에 따라서는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등의 경고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CEO들을 직접 소집해 압박에 나선 것은 이들을 움직이지 않고는 기업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무자들이 동반성장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CEO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 문화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협력 중소기업을 일방적 지원대상이나 원가절감의 수단이 아니라 동반자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기업 CEO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 '방점', 물가잡기 효과 '덤'=이번 릴레이 간담회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방점이 찍혔다.


업종별로 민감한 사안도 다수 포함됐다. 유통업계의 경우, 상반기내 판매수수료 공개 계획이 가시화됐고, 건설업계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들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엄격한 제재를 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15대 대기업들에게는 납품단가를 자의적으로 깎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

덤으로 '물가잡기' 효과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사인'에 압박을 느낀 대기업들이 앞 다퉈 '화답'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과 대형유통업체 CEO들이 만난 이후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가 라면, 밀가루 등 정부 지정 생필품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키로 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올 들어 생필품 중 급등한 상품 위주로 한 달 내내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는 정책도 병행키로 했다.

외식업계에도 가격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치킨 업체인 BBQ는 지난 9일 기존 치킨 값을 평균 1000원씩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 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 물가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이 같은 분위기가 타 업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먼저 가격을 낮춤에 따라 조만간 다른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업체들의 눈치보기가 확산될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짝효과', '군기잡기' 우려도=간담회가 끝나기 무섭게 CEO '소집 효과'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업계 '길들이기'와 '반짝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사권'을 쥔 공정위가 대기업의 CEO들을 직접 압박함에 따라 당분간 정부 시책에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지만 '반짝 효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판매수수료 공개 등은 일부 민감한 사안은 업계에서도 '영업기밀 침해' 등의 이유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대기업과의 모임을 정례화해 동반성장 효과를 지속·강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달 안에 전기·전자, 자동차·기계, 화학·금속, 건설, 유통 등 유사 업종별 동반성장 협의회를 구성해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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