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임직원에 회생의 과실 돌아가야

더벨 길진홍 기자 2011.0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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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2월10일(14: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 (34,250원 ▼850 -2.42%) 실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오는 14일 실사를 종결하고 이달 내에 채권단과 가격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건설 인수가격 조정과 본계약 체결 여부에 쏠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현대차’라는 공룡을 등에 업게 된 현대건설에 대해 연일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 정상화를 일군 현대건설 임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딜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다. 셀러(채권단)와 바이어(현대차그룹)가 현대건설 회생의 과실을 향유하게 됐으나 정작 매각 당사자인 현대건설 사람들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차익이 4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차가 주장할 수 있는 가격 할인 폭(1530억원)을 반영해도 4조원을 웃돈다. 채권단은 앞서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을 통해 1조8000억원을 회수했다. 2조9000억원을 들여 그 두배가 넘는 규모의 매각차익을 실현하게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해외 사업장 선수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45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축적했다. 2010년 실적에 대규모 수주 개발비용이 선 반영돼 1000억원 규모의 충당금 환입도 예상되고 있다. 가격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인수대금 5조1000억원 중 5500억원 규모의 자금 부담을 덜게 됐다. 채권단과 맺은 1530억원 규모의 가격 할인 권한도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수주 무게중심이 토목에서 플랜트와 발전으로 옮겨가면서 GP마진율(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 보유현금은 목표치인 1조원을 너끈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보수적으로 제시한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액은 각각 12조원과 7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 배당을 제외해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후 1년 내 투자금의 20%가 넘는 1조2000여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건설 회생의 한 축을 담당한 현대건설 직원에 대한 평가와 배려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최고의 건설회사인 필립 홀쯔만(Philipp Holzmann)은 자본잠식으로 현대건설과 비슷한 시기에 채권단 지원을 받았다. 독일 채권은행으로부터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탕감 받고, 특혜시비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의 추가 차입금 보증이 이뤄졌으나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내 파산했다. 소극적인 자산 매각과 인건비 감축 그리고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개발사업에 올인한 경영진의 오판 때문이다.

현대건설 직원들의 급여 동결과 상여금 반납, 우리사주 출연과 감자 등의 고통분담이 없었더라면, 경영진의 치밀한 사업전략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현대건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적자금 회수도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격협상과 본계약 체결에 앞서 그동안 땀 흘려 일한 현대건설 임직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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