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장사정포', 현대證 '로켓포'...수수료 전쟁

머니투데이 여한구, 임상연, 김희정 기자 2011.02.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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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미래 자문형 랩 수수료 1.9%로 전격인하, 현대, 즉각 "1%로" 발표

증권업계에 자문형랩 수수료 전쟁이 점화됐다.

미래에셋이 먼저 '장사정포' 포문을 열자, 현대증권이 2시간도 안돼 '로켓포'로 응사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즐겁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 미래에셋 1.9%로 일괄 인하 "선의의 수익률 경쟁 주도할 것"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은 10일 내주부터 자문형랩 수수료를 기존의 3%에서 1.9%로 일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무려 33.6%(1.01%포인트)를 낮춘 것으로 위력으로 따지면 '장사정포'에 해당할 만한 위력이었다.

보도자료도 이례적으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총괄부회장 명의로 냈다.
최부회장은 “이번 수수료 인하를 통해 자산관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수수료 현실화뿐만 아니라 선의의 수익률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 7일 "3%대의 자문형 랩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다"며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바 있다.

인하된 수수료는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들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자문형랩에 1억원을 투자한 고객은 연간 101만원 가량(투자원금 기준)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자문형랩 잔고는 8025억원 정도다. 따라서 이번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자문사 수수료를 제외하고 연간 약 60억원 가량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는 회사 수익 등을 고려해 50bp(0.5%) 정·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고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낮추라”는 박현주 회장의 지시에 따라 파격적인 인하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 현대증권 "우리는 반값 수수료"

랩 잔고가 증권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증권의 '대응사격'도 빠르고 강했다.
미래에셋이 수수료 인하를 발표한지 불과 2시간쯤 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자료를 직접 들고 기자실을 찾았다.

최 사장은 자문형랩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1%로 '반값 할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입금액별로 최고 3.0%~최저 1.5%이던 수수료가 1.5%~ 1.0%로 낮아진다. 이는 평균 2.2%에 달하는 주식형펀드의 수수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사장은 "재작년 말부터 수수료를 인하해 랩 시장을 대중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업계 모두가 고민해왔던 문제였고, 경쟁사를 의식해 수수료를 낮춘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문형랩은 사실상 정형화된 상품인데도 증권사들이 비싼 수수료를 받아왔던게 사실"이라며 "이제 일정수준 규모의 경제요건을 갖춘 만큼 수수료 인하여력이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증권의 랩 잔고는 약 7조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투자자 잔고는 2조원 수준이다. 현대증권은 향후 랩 잔고를 15조원, 개인고객 랩 잔고는 5조원으로 확대시키겠다는 포부다.

◇업계 손익계산 분주.."결국 하향평준화?"

미래에셋의 장사포에 현대증권의 로켓포까지 맞은 경쟁 증권사들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증권사일수록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문형랩 잔고 1위인 삼성증권 (38,050원 ▲700 +1.87%)은 수수료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수수료 체계의 자문형랩 상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며 "관건은 수수료가 아니라 자문서비스의 차별화 여부"라고 말했다.

위탁자산 2. 3위를 달리는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삼성증권과 비슷한 반응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랩 수수료를 펀드 수수료와 동일해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현재로선 랩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밖에 중소형 증권사도 자문형랩 수수료 전쟁의 향후 추이를 지켜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조정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수수료 인하 경쟁을 외면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형증권사 한 랩어카운트 담당자는 "미래에셋, 키움증권 등이 촉발한 주식거래 위탁수수료 인하로 인해 업계 전체적으로 수수료가 하향 평준화됐듯이 이번에도 가격경쟁은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사 "우리 밥그릇 줄어드는거 아냐?"

자문사들이 받는 자문료는 증권사들의 판매수수료 중 약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일정부분 시장이 커지면 수수료가 인하되는 것은 시장논리상 당연하다"면서도 "판매수수료가 떨어지면 당연히 자문료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판매수수료 인하에 따라 전체 자문형 랩 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제 막 수수료 인하가 시작됐기 때문에 사태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문사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염려했다. 갈수록 커지는 자문형랩 시장에 참여하는 자문사와 그렇지 못한 자문사 간의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자문형 랩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자문사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 자문형랩 15조 이상 성장

증권업계가 자문형랩 수수료 혈투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자산관리서비스의 핵심이 될 랩어카운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랩어카운트의 성장판이라 할 수 있는 자문형랩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또 펀드시장 침체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도 한몫하고 있다.

이기헌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향후 랩어카운트는 개인 자산관리서비스의 종결자가 될 것"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초기 시장선점과 고객기반 확보를 위해 자문형랩에서 우월한 지위와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올해 자문형랩 시장규모는 작년 대비 3배 이상 성장, 15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말 5조2412억원이었던 자문형랩 시장규모는 올 들어 이미 7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태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2조8600억원의 자문형랩 잔고로 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투자증권 1조2500억원, 한국투자증권 9500억원, 미래에셋증권 8025억원, 대우증권 5445억원 등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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