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 압박 받는 정유업계 '벙어리 냉가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김태은 기자 2011.02.0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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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치솟는데 해명해도 무시 답답"

정유업계가 연일 쏟아지는 당국의 기름값 인하 압박에 녹초가 됐다. 실무자들은 지난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을 지적한 후 매일 반복되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도 지쳤다"고 토로한다.

9일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유류세 인하 목소리를 의식한 듯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휘발유가격 대비 세금비중 순위가 19위로 낮다"며 "세전 휘발유 상대가격은 OECD 평균보다 높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각국마다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의 기준이 다른데 이를 혼동한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부장은 "유럽에선 옥탄가가 95인 고급휘발유가 한국의 보통 휘발유급(옥탄가 94 미만)으로 팔린다"며 "두 기준을 혼용하면 한국의 소비자가격이 높아보이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휘발유 세전가격이 OECD 평균보다 3%가량 낮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들은 그렇다고 경제수장이 지적한 사안에 토를 달기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기름값을 높여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에도 수차례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4%에 불과하다. 최소 10%인 일반 제조업체들과 견줄 때도 무척 낮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게 근본원인인데 무작정 업계탓만 한다"며 "수차례 해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해 9월 말 배럴당 77달러에서 10월 79달러, 11월 84달러로 오르더니 연말 9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어 올 1월 말에는 94달러를 기록했고 현재는 96달러선에서 거래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가격은 싱가포르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9월 말 83.11달러에서 현재 105달러 전후까지 치솟았다.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휘발유가격에는 유통·주유소 이익, 유류세가 더해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류세로, 전체의 50%에 달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4가지 세액이 포함됐다. 주유소 이익과 유통비용 등은 원가에서 총 6%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연말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804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유류세가 900.1원이었고 정유사 세전 공급가는 796.1원이었다. 주유소 유통비용은 108.1원이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첫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36.24원을 기록했다. 휘발유가격은 지난해 10월 첫째주(1794.21원) 이후 17주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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