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명예로운 패배'의 주역"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11.02.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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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IB를 이끄는 사람들...릴레이 인터뷰①]김병철 동양종금증권 본부장

편집자주 투자은행(IB) 업계에 또 한 번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형IB를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업계에서도 글로벌IB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IB의 글로벌화를 이끌 주요 증권사 IB 총 책임자들을 만나 이들의 철학과 국내 증시 IB의 현주소를 들어본다.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IB본부를 고르라면 아마 빠지지 않을 곳이 동양종금증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건설 (33,800원 ▼300 -0.88%)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현대그룹 측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정신없이 바쁜 연말을 보냈다.

"현대건설 인수전, '명예로운 패배'의 주역"


폭풍과도 같았던 지난 한해를 일단락하고 새로운 빅 딜(Deal)을 를 준비하고 있는 동양종금증권 (2,815원 ▲5 +0.18%)의 김병철 IB본부장(사진)을 만났다. 김 본부장 역시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딜로 현대건설 M&A를 꼽았다. 뜻하지 않게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한데 대한 억울함이 덜 삭여진 듯 했다.



 그러나 명예는 지켰다. 김 본부장은 "예상을 뒤엎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동양종금증권이 FI로 들어간 곳은 모두 승리한다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며 뿌듯해 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3400억원)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4500억원) 두산그룹 밥캣인수(2억달러) 등이 모두 동양종금증권 작품이다.

 직접적인 실리도 없지 않다. IB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현대그룹은 상당히 좋은 고객이다. 그만큼 재무적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 현대그룹과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패배했지만 패배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한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잇따라 추진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던 대한전선 (19,300원 ▼380 -1.93%)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두 차례 연속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전례도 흔치 않았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 두 번의 자금조달을 모두 동양종금증권이 주관을 했다.



 김 본부장은 "대한전선은 첫 번째 증자로부터 한 달 후 다시 한 번 회사를 뜯어봤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오히려 기업이 안 좋게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대한전선 직원이라고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좋아질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는 "3000~5000억 자기자본 확충하고 차입금융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동양종금에 구조조정을 맡길 의사가 있는지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한전선 측도 같은 생각이어서 추가 자금조달을 추진할 수 있었다.

 김병철 본부장은 "대한전선을 보고 있는 데 대한해운이 터졌다"며 "IB입장에서 대한해운에 대해 어떤 구조조정을 제안했어야 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대한해운은 얼마 전 과도한 선박용선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대건설 인수전, '명예로운 패배'의 주역"
동양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다른 IB들이 들어가 대규모 자금조달을 한 직후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아쉬움이 컸다. 그는 "우리나라 IB들이 할일이 많다"며 "한번 딜을 만들어 수수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업의 재무적 문제점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를 올해 계획 쪽으로 옮겼다. 동양종금증권은 그동안 '채권자본시장(DCM)의 명가'로 불려왔다고 말을 꺼내자 김 본부장은 "반대로 얘기하면 다른 부분은 약하다는 의미"라고 되받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김 본부장은 "DCM이냐 주식자본시장(ECM)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각각의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서 해답을 주고 맞춤형 솔루션을 주는 것이 IB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점을 쌓아온 DCM 거래를 통해 고객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솔루션을 내놓을 것"이라며 "고객을 직접 만나는 커버리지 본부에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안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 딜도 강화할 예정이다. 캄보디아에 현지 증권사를 설립, 국영기업 3개 IPO 주간사를 정부와 협의 중이다. 캄보디아 거래소는 올 7월에 개장할 예정이라 현지법인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놨다.

 김본부장은 "올해는 기업들이 그 동안 미뤄왔던 설비투자(CAPEX)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형태의 ECM딜과 M&A딜이 많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M&A 매물이 차례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어느 증권사보다도 M&A 인수금융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동양종금에게 대규모 M&A는 다양한 형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병철 동양종금증권 IB본부장 약력
 
 -1962년 경북 출생
 -대건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동양종금증권 채권부, 금융상품운용팀 팀장
 -동양종금증권 GIM(Global IB & Markets) 담당임원
 -현 동양종금증권 IB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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