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도덕적 해이의 해법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1.02.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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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금수의 왕 호랑이로부터 소심한 토끼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작금의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각국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런데 설 연휴 무렵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영국 바클레이은행이 보너스의 일환으로 코코스(CoCos)라고 하는 채권을 지급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코코스는 일반채권과 같이 이 표를 지급하는 채권이지만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고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자동으로 주식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따라서 상방이익은 닫혀 있는 데 반해 하방손실위험은 열어둔 일종의 역전환사채(reverse convertible)다.



이런 면에서 코코스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주가연계형상품(ELS) 중 인기있는 원스타형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융공학이 금융상품뿐 아니라 보상체계에도 적용되는 최초 사례가 된다.

코코스의 구조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옵션형 상품이 대개 그렇듯 변동성이다. 역전환사채는 채권보유와 풋옵션매도를 합성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 및 변동성편이(volatility skew)를 매도한 포지션이다. 따라서 은행의 임직원 입장에서는 변동성, 특히 극하방위험을 회피할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더불어 코코스와 기존 스톡옵션을 동시에 지급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 같은데 이 경우 전체적인 구조는 코코스와 스톡옵션의 상대적 지급비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체적으로 주식보유와 같은 선형이거나 상방형 리스크리버설(risk reversal)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구조가 어찌되든 핵심적인 부분은 지금까지 보수체계가 상방이익은 열어놓고 하방손실위험은 닫혀 있어 과도한 위험추구를 일으킬 수 있는 데 반해 코코스 도입으로 하방위험 역시 대칭적으로 열어둠으로써 위험회피 역시 보강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대칭적 보수체계에 대한 이론적 정합성은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기존 대리인 이론과 달리 대리인의 위험선택이 추가될 경우 이론이 복잡해지지만 지금까지 연구결과로는 대칭형을 대체로 지지한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공모펀드 운용성과에 적용되는 펄크럼룰(fulcrum rule)이 대칭형이다.

어떻게 보면 서브프라임 직후 강제로 도입된 임금환수(clawback) 규정과 비슷하지만 유사시 코코스가 주식으로 전환됨으로써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자동으로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영국과 유럽 감독당국과 의회에서는 드디어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로 돌아와보면 지난 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신한의 파벌싸움에 대해 '개탄스럽다'는 표현까지 쓰며 비난했다. 신한만이 아니다. 나머지도 모두 마찬가지다.

신한과 하나의 경우 경제학에서 말하는 참호현상(management entrenchment)이란 도덕적 해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경영자가 기업의 이익보다 자신이 교체될 가능성을 줄이는데 목적을 두는 경영행위를 일컫는다. 하나의 경우 신한과 차별화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후계자 양성' 운운하는 걸 보면 이오십보 소백보다. 어떤 시장에서 현 경영자에게 차기 경영자를 양성할 권리를 주는가? 경영권은 교체 대상이지 후계 대상이 아니다.

KB나 우리금융의 경우 당사자의 능력은 차치하고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떻게 민간금융기관의 최고경영진 자리가 정권창출에 따른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가?

우리의 4대 은행은 인치와 관치 모두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이라고 했다. 절묘하게도 호랑이의 해는 가고 토끼의 해가 왔다. 해외에서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실마리가 보이는데 우리 문제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씁쓸한 설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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