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이집트사태와 미국의 결자해지

머니투데이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02.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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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이집트사태와 미국의 결자해지


장기간의 설 연휴 동안 이집트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이 기간에 미국 다우지수는 고점을 지속적으로 돌파해갔으며 일본 닛케이지수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집트사태의 초점은 무바라크 이후 새로운 정부 형태와 주변 국가들로의 확산 여부에 모이고 있다.

이집트 등 일련의 사태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이중 대부분은 장기집권에 따른 민심 이반, 즉 주로 정치적인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4년간 전세계 금융흐름의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전세계의 경기회복 과정에서 그 유탄은 먼저 북아프리카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싶다.



먼저 이집트사태를 보는 각도는 일반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후속 정부의 출현 여부가 변수지만 미국의 면밀한 후속 대책을 보건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정당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군사적·종교적·지정학적 관점에서 이집트가 차지하는 면면을 보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 미국의 군비수출국이다. 또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이란과 대척점에 있고 수에즈운하는 전세계 원유 운송량의 16%를 차지하는 중요한 원유 운송로다.



주지하다시피 튀니지 등 일련의 사태는 만성적인 높은 실업과 물가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이다. 지난 몇 년간 15% 넘는 실업률과 연간 10% 이상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이집트의 밀 수입량은 9800만톤으로 전세계에서 최대 밀 수입국이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등 3개 국가가 전세계 밀 수입량의 40%를 상회한다. 2008년 이후 금,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전고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또한 밀 가격은 전고점에 이르지는 못하나 지난 1년 동안 80%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자재 및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는 전세계 기후가 불안정한 데 1차 원인이 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미국의 1, 2차 양적 완화 정책에 이은 달러 약세와 투기적 자본의 합작품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출발한 문제가 인류의 현안인 기후문제와 결부되어 북아프리카사태를 가져왔고 이는 이들 국가의 장기집권자의 실권으로 귀결된 것이다. 그리고 기축통화를 쥔 미국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자해지를 하는 셈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세계 인플레이션의 기초 제공자인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회복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올 1월 중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서 달러화의 역귀환이 일부 포착됐다. 기존 추세의 반전으로 보긴 어렵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의 흐름을 밝게 보는 것 같다.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전망이 어렵고, 쓰기 싫은 자료 중 하나가 연간 전망치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타임프레임에 꿰맞춰 예측한다는 자체의 무력함을 매번 느끼곤 한다. 지난해 연말연초에도 중국 긴축, 서남유럽 재정문제 등 돌발적인 사태로 우리 증시의 상승흐름이 제어되곤 했다. 올들어 첫번째 돌출된 이집트사태는 그러한 영향을 주지 않을 듯하다. 이는 미국의 경기개선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는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다면 전세계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창궐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국내외 자본흐름의 구조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을 화두로 판바뀜이 가속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상승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작금의 이집트사태를 보면서 한쪽으로 쏠림이 없는 신묘년 토끼의 지혜를 더욱 본받아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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