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세력의 핵은 '무슬림 형제단(MB)'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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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리더]

이집트의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실각한다면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단 현 반정부 세력의 리더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다. 하지만 국제 지명도에 비해 이집트 국내 지지기반은 탄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인 알 가드당의 아이만 누르 의장도 가능한 리더로 언급되고 있지만 의회 내 영향력이 약한데다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만 누르는 지난 2005년 대선에 출마했다 낙선했으며(정부는 득표률이 7%라고 발표했으나 아이만 누르는 13%라고 반박했다) 그해 12월 구속돼 5년형은 선고 받고 복역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2009년 2월 석방됐다.

또 이번 시위를 주도한 '4.6청년운동'도 주목받는 그룹이다. 이들은 지난 2008년 4월6일 파업을 계획했던 북부 산업지역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젊은이들의 온라인 조직이다. 온라인을 통해 운동 세력을 모집하는 기동성은 뛰어나지만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정치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이슬람 세계 꿈꾸며 빈민활동 주력하는 개혁세력

▲무슬림 형제단 상징▲무슬림 형제단 상징


이런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반정부세력이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MB)이다. 무슬림 형제단은 현재 이집트에서 불법단체로 공식 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빈곤층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펼친 만큼 밑바닥 지지기반이나 조직력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 정치 애널리스트인 무사타파 아불히말은 CNN과 인터뷰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니며 시위대 중에서 무슬림 형제단은 소수"라며 "시위참가자중 무슬림 형제단의 정치세력화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언론은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도대체 무슬림 형제단이 어떤 단체이길래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떠는 것일까.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의 사회 개혁가인 하산-알 반나가 1928년 수에즈에 위치한 이스마일리야에서 창설한 이슬람 사회운동 단체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이슬람 전통인 '수나(Sunnah)'로의 전적인 귀의를 주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하나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이슬람 정신의 회복을 위한 폭력 사용에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비폭력주의 표방은 가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무슬림 형제단은 토론을 통한 교육과 빈곤층에 대한 교육으로 이집트는 물론 인근 다른 국가에서도 세력을 빠르게 확대해갔다. 하지만 1948년 무슬림 형제단의 해산을 명령한 마후무드 파흐미 노크라쉬 이집트 총리를 단원 중 하나가 암살하면서 불법단체로 규정됐다.

1952년 자유장교단의 가말 압둘 나세르가 쿠데타에 성공한 뒤 왕권을 몰아내기 위해 무슬림 형제단과 일시적으로 협력하기도 했으나 곧 결별했다. 나세르는 1954년에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무슬림 형제단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 때 수많은 무슬림 형제단이 붙잡혀 고문을 잡거나 해외로 망명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표방, 빈민층 중심으로 자선활동 전개

무슬림 형제단은 지금까지도 이집트에서 불법단체로 낙인 찍혀 있으며 주기적으로 수색을 당해 조직원들이 체포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탄압 속에서도 병원과 학교 건설 등 빈곤층에 대한 자선활동을 꾸준히 지속해 이집트 하류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 외에 인근 국가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슬람 세계의 국제적인 조직이다. 무슬림 형제단은 정치조직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처럼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국가의 법으로 제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과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고 여성의 치마 길이까지 신경 쓰는 등 여성 차별적, 타종교 탄압적 시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다른 이슬림 원리주의 세력에 비해서는 상당히 온건하다.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은 2005년 총선 때 조직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체 의석의 20%인 88석을 차지해 최대 야권 세력으로 부상하기도 했다.(무슬림 형제단은 불법단체인데다 이집트에서는 종교적인 신념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결성은 불가능하다.)

당시 아이만 누르가 이끄는 공식적인 제 1야당인 알 가드당은 14석을 얻는데 그쳤다. 2005년 총선을 계기로 무슬림 형제단은 서구 자유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온화한 방식의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 받았다.

무슬림 형제단은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당시 무슬림 형제단은 1차 투표 때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다며 2차 결선 투표에 불참했다. 지난해 실시된 총선에서는 집권 국민민주당이 총 518석 가운데 419석을 차지했고 자유주의 야당인 와프드당이 6석을 확보했다.

◆현 지도자는 무하마드 바디, 카리스마는 부족

↑ 무하마드 바디↑ 무하마드 바디
현재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은 2010년 8대 리더에 오른 무하마드 바디(Muhammad Badi’e· 68)가 이끌고 있다. 바디는 1997년부터 무슬림 형제단의 지도부로 활동해왔다.

바디는 1943년 8월7일 산업도시인 마할라 알-카브라에서 태어나 1965년 카이로에서 수의학 학위를 받았고 바로 그 해 무슬림 형제단원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15년형을 선고 받았다.

바디는 당시 구속됐던 다른 대부분의 무슬림 형제단원들과 마찬가지로 나세르 대통령이 물러나고 안와르 알-사다트 대통령이 취임한 1974년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 바디는 이후 학문을 계속하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도 베니 수에프 대학에서 수의학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하며 이란과 같은 원리주의 정권 수립이 가능할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란과 비슷한 방식의 이슬람 혁명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란혁명을 이끌었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달리 바디는 리더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CNN, BBC 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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