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2의 이란 될까? '무슬림 형제단' 동향 관심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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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리더]

이집트에서 대규모 시위가 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집트에 이슬람 원리주의 정부가 들어서며 제2의 이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31일(현지시간) 현재 이집트 사태는 32년 전 팔레비 정권을 무너뜨렸던 이란 혁명 당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 1978년과 1979년 사이에 일어났던 이란 혁명은 세상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지금 이집트 사태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란이나 이집트나 빈부격차가 대규모 시위의 원인



오늘날 이집트와 32년 전 이란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경제 여건만은 비슷하다. 당시 이란이나 지금 이집트나 경제구조의 변화로 급격하게 확대된 빈부격차가 대규모 시위의 불을 당겼다.

현재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세력은 자유주의자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자까지 정치적 색채가 다양하다. 현재로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무총장을 지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가 시위를 이끌며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어 서구 사회를 안심시키고 있다.

비록 엘바라데이가 반미 성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이집트의 다른 야권세력보다는 온화하며 그가 반정부 세력의 리더로 자리를 지킨다면 이집트의 정권이 바뀐다 해도 이란 혁명과는 다를 것이란 희망이 있다.


하지만 혁명의 방향은 급변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강력한 세력이 대개는 주도권을 잡게 마련이다. 32년 전 이란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빈민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다른 반정부 세력들을 압도했고 결국은 반대파들을 모두 몰아내고 권력을 독점했다.

◆최대 야권 정파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무슬림 형제단

32년 전 이란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집트에서도 실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반정부 세력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조직된 단체는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다.

무술림 형제단은 이슬람 사회운동 단체로 출발해 이집트 최대의 야권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서구 국가, 특히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로는 그리 과격하지 않지만 이슬람 율법(샤리아)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성과 이집트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기독교도들은 정부 내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은 미국 정부와 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자금줄인 이란 정부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에 이슬람 신권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는 미국과 서구 국가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적인 시리아와 이란부터 미국의 절대적인 우호세력인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위치한 중동의 지정학적 위상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이집트의 10대 수입국 중의 하나다. 미국은 밀과 옥수수, 콩 등을 연평균 20억달러씩 이집트에 수출하고 있다. 이집트 전체 수입의 10%를 미국이 차지한다. 이집트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면 반도체회사인 AMD, 곡물업체인 카길, 식품 제조업체인 콘아그라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이집트에 연간 13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다이너믹스, 레이시온 등 방산업체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차기 정권, 이란이 갔던 길 따를까 노심초사

이집트의 산유량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서구 에너지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영국의 BP와 이탈리아의 ENI는 이집트에서 수십년간 원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해왔다. 영국의 에너지회사인 BG그룹은 이집트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 중 35%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아파치 코포레이션은 지난 17년간 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미국 최대의 이집트 투자 기업이다. 아파치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이집트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집트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이후 아파치의 시가총액은 50억달러가 날아갔다. 이는 아파치의 이집트 사업부문이 평가받고 있는 가치의 50%에 해당한다.

현재 무슬림 형제단은 독자 행동을 자제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엘바라데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퇴진하고 해외로 도피할 경우에도 무슬림 형제단이 계속 엘바라데이를 지지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무슬림 형제단은 정권을 잡는다 해도 32년 전 이란의 과격세력 만큼 급진적이지 않을 수 있고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용할 수도 있다. 어쨌든 산유량이 많지 않은 이집트로서는 외국 자본과 식료품, 무기, 에너지 등이 필요하고 이런 것들은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이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의 불길이 치솟을 때 이성적인 사고가 비이성적인 행동에 굴복한 사례는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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