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은 27일 올해 말 누적 채무가 총 997조7098억엔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채무 1000조엔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GDP 대비 채무비율은 200%에 이를 전망이다.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물론, '문제아'로 찍힌 남유럽 국가들보다 채무비율이 현저히 높다.
여기에 집권 민주당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선심성 정책 남발도 국고 소진에 일조했다. 이에 따라 S&P는 재정적자뿐 아니라 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의 일관적 전략 부재를 강등 사유의 하나로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올해 예산에서 신규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돈은 44조2980억엔. 세수(40조9270억엔)보다 10% 많은 금액이다. 재무성 추산으로는 신규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일반회계 재원 부족분이 올해 44조3000억엔, 내년엔 49조5000억엔이다. 2013회계연도엔 세입 부족분이 52조8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경제가 1.5%씩 성장한다고 전제해도 2013년에 무려 50조엔(미화 6090억달러)이 넘는 국채를 발행해야 나라살림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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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발행은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자칫 신뢰가 떨어지면 또다른 재정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는 이날 일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앞서 2002년에도 일본의 신용등급을 AA- 로 강등시킨바 있다.
S&P의 강등 소식이 알려지며 엔화 가치는 급락했고 일본의 국채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치솟았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당장 부도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날 S&P 발표 직후 다른 주요 신평사인 무디스, 피치 등은 일본 경제가 괜찮다며 기존의 등급 유지를 재확인했다. 피치는 일본 신용등급은 자금조달의 유연성 때문에 지지될 수 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비록 국가부채에 허덕이지만 미국 등과는 달리 일본 국채의 95.4%는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해 등급 하락의 여파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일본은행은 25일 올해 GDP성장률을 3.3%로 상향하며 자국경제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유지한 바 있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글로벌 전체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이로 인해 다음 위기는 재정적자, 국가 부채 문제가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다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