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에 골치아픈 한화증권

더벨 정준화 기자 2011.01.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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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부터 60억원 평가손..10년전 가스공사 악몽 떠올라

더벨|이 기사는 01월26일(13:5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화증권 (3,365원 ▼40 -1.17%)이 2차상장에 나선 중국고섬의 일반공모 때 떠안은 지분 처리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고섬 주가가 상장 후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돌며 급락해 6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 이미 수수료 수익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팔자니 적지 않은 손실이 확정되고, 보유하자니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10여년전 한국가스공사 상장을 주관할 당시 떠안은 물량 때문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던 악몽이 떠오른다.

27일 IB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이 보유 중인 중국고섬 물량은 상장 전 기준으로 약543만주.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80억원이다. 중국고섬 일반공모 때 경쟁률이 0.46대 1에 그치면서 주관사인 한화증권이 잔액인수 계약에 따라 보유하게 된 물량이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 자기자금으로 떠안은 물량치고는 상당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중국고섬과 주관사는 잔액인수 방식의 계약을 맺었고 한화증권은 배정받은 물량 900만주 중 357만주를 매각하는데 그쳤다. 중국고섬의 주가가 오르면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도,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중국고섬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7000원보다 15.7% 가량 낮은 수준인 59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한화증권이 입은 평가손실은 60억원 수준이다. 한화증권이 이번 딜을 주관하면서 받은 수수료는 32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한화증권이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떠안은 것은 과거 10여년전 한국가스공사 상장을 주관할 당시를 연상케 한다.


지난 1999년말 한국가스공사 상장을 주관한 한화증권은 2000년초 시장조성(주관사의 의무매입)을 위해 가스공사 주식 550만주를 3만원 가량에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절반 가까이곤두박칠 치면서 한화증권은 그해 상반기에만 55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가시장조성가격인 3만원 수준을 회복하는데만 5년 가까이 걸렸고, 이후 한화증권 IB는 한동안 제대로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가스공사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 것이다.

중국고섬과 관련한 손실이 추가로커진다면 향후한화증권 IB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 IPO전담팀을 꾸리고 야심차게중국기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한화증권의 중국기업 국내증시 상장 유치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중국고섬의 주가가 반등해 공모가를 웃돌 경우 한화증권은 수수료 수익 외 추가적인 주식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한화증권은 일단 중국고섬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보고 당분간 지분을 보유한다는 방침이지만 공모가 부근에서는 일부 매각해 주가 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실제로 상장 첫날인 전날 주가가 공모가 근처까지 반등했을 때 한화증권은 보유지분 중 일부를 매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은 주가 변동폭이 워낙 크고 향후 흐름도 예상키 어려워 한화증권의 고섬 주식 인수가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좀 더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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