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구하느라 고향 못가면 어쩌나"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1.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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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괴롭다…전세대란 괴롭다]]중개업자 "설 지나면 늦는다"…세입자 발동동

"아이고~ 설 연휴 끝나고 집 보러 오면 늦죠. 지금 나온 물건도 몇 개 없는데…."

회사원 조휘씨(31·서울 신림동)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했다가 고향길 기차표를 환불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2월 말 전세계약이 완료되는데 아직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서다. 김씨는 "고향에 가지 않을 수도 없고 연휴 이후에는 언제 전세물건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연휴가 끝나면 곧 봄 이사철이 닥쳐 전세물건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강남권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출시되는 전세물건이 급격히 줄었다. 송파구 신천동 한양공인 관계자는 "6860여가구의 대단지인 잠실 파크리오에서 전용 84㎡ 1000가구 가운데 현재 나온 전세물건은 단 2건 밖에 없다"며 "지난주에는 물건이 하나도 없어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3000여가구 규모의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도 전용 59㎡ 600여가구 중 전세물건은 2~3건에 불과하다. 전용 59㎡ 중 방이 2개인 A타입 전세가는 4억3000만원, 방 3개인 D타입이 4억8000만~5억원 선이다. 3.3㎡당 전셋값이 1700만~1800만원으로 웬만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보다 비싸다.



도곡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강남 중소형 아파트는 전세품귀 현상이 심해 일주일새 전셋값이 3000만~5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한다"며 "인근 대치아이파크의 경우 중소형 전세물건이 한 건도 없어서 '집주인이 부르는 게 전셋값'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공급부족도 문제지만 입주날짜에 맞는 물건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간간히 나오는 전세물건도 입주시기가 두세달 뒤인 물건이 대부분이다.

강남구 개포동 L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이사를 앞둔 수요자들이 전세물건을 선점해 그나마 가장 빠른 입주날짜가 3월 중순"이라며 "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계약만료 2~3개월 전부터 미리 집을 보러 다니는데다 다들 연휴 전 움직여 설이후 전셋집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설이후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달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에서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전월(약 2만1900가구)보다 약 25% 줄어든 1만6600가구다. 특히 서울 입주물량은 전월대비 70% 줄어든 2000여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경기·인천에서 전달에 비해 12% 증가한 1만여가구가 입주하지만 고양시 덕이지구 등 경기북부지역 대단지 물량이거나 평택, 수원 등지여서 도심 전세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다음달 입주하는 서울 용산구 신계동 '용산 e-편한세상'은 전세 예약자가 몰려 중소형 전세물건이 바닥난 상태다. 고경미씨(34·문배동)는 "새로 입주하는 단지는 대기자가 많아 전세물건이 나오기 무섭게 계약된다"며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에도 문의해봤지만 상황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연휴를 앞둔 29일 주말에는 서울 중개업소마다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의 발길이 분주할 전망이다. 신계동 J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1일부터 일주일간 쉬는 직장인들이 많아 주말 방문을 예약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아마도 연휴 전인 1일까지 전셋집을 구해 마음편히 명절을 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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