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식(式) 기업운영의 첫 결과가 나왔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 9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선 후의 첫 성적표(10~12월)에서 안정성 지표가 크게 개선된 자신만의 경영스타일을 보였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와 4분기 두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외형적으로는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연간 실적에서도 '턱걸이 흑자'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도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영업상 현금흐름)의 개선이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에 '영업상 현금흐름'이 -2227억원이었던 것이 지난 4분기에는 1조 1211억원의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같은 영업상 현금흐름의 개선은 운전자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운전자본이란 물건을 판 이후 대금을 아직 못 받은 매출채권, 부품 등 물품을 산 이후 아직 지급하지 않은 매입채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둔 재고자산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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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분기 LG전자의 운전자본 증감에 따른 현금유입이 1조 3018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재고자산을 팔아서 유입된 자금이 1조 1521억원이었다. 운전자본에서 유입된 현금의 89%가 재고자산 판매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통상 성수기인 4분기에 대비해 3분기에 제품을 많이 생산해 일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했다가 4분기에 판매한다"며 "비수기인 1분기를 감안해 4분기에 재고를 더 이상 쌓지 않은 점도 재고자산이 크게 줄어 현금이 유입된 이유다"고 말했다. 재고자산이 줄어들면서 영업상 현금흐름이 좋아져 재무구조가 안정화됐다는 얘기다.
부채 감소도 눈에 띈다. LG전자의 유동부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지난 3분기 17조 1600억원에서 15조 3900억원으로 1조 7700억원이 줄었다. 유동부채 항목에는 매입채무와 차입금, 기타 채무가 있는데 이 가운데 차입금은 지난 4분기에 5300억원 가량을 갚았고, 매입채무도 3491억원을 줄였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이 같은 기간 159%에서 151%로, 차입금 비율이 59%에서 56%로 떨어지면서 실적에서 이익규모는 줄었지만 재무구조는 안정화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적이 다소 악화되긴 했지만, 재무구조의 안정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하지 않으며, 올 한해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매출 14조6977억원과 영업손실 2457억원을, 연간 매출은 55조 7538억원, 영업이익은 1764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