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자금' 찌르지도 못하는 檢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1.01.26 09:35
글자크기

법원, 한화 전 CFO 등 그룹임원 영장 재기각...'과잉수사' 지적도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임원들의 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원들을 구속, 신병을 확보한 뒤 김승연 회장을 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영장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4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가 한화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오너일가의 재산관리를 맡은 홍동옥(62) 여천NCC 사장에 대해 재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또 다시 기각했다.



홍 사장의 첫 번째 영장은 지난해 12월 기각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홍 사장이 한화S&C와 동일석유(주) 헐값에 처분해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한 혐의 등을 추가로 밝혀냈다"며 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추가된 범죄사실 및 소명 자료를 봐도 구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커 보인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계속된 영장기각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거액의 차명재산이 발견됐고 오너의 재산증식을 위해 계열사가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영장이 기각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격앙된 반응은 최근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무더기 영장기각'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19일 김 회장의 장남이 (주)한화 (26,550원 ▼600 -2.21%)가 보유하던 한화S&C 주식을 헐값에 인수하도록 주식매매가를 부당하게 낮춘 혐의로 삼일회계법인 김모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거래해 김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챙겨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수(59) 한화이글스 대표와 김현중(59) 한화건설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의 영장 역시 모두 기각됐다. 12월 초 홍 사장의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된 이후 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구된 영장이 모두 기각된 셈이다.


검찰은 차명계좌 수백 개와 그룹 관계사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그룹 오너일가의 재산 부풀리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임원들을 구속해 김 회장과의 구체적 연결고리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특히 이들로부터 그룹 내 구조적 비리를 입증할 만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할 경우 김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제동으로 당초 수사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수사팀은 수천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되고 회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계열사가 동원된 사실을 확인한 만큼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이 우려돼 비자금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한 임원들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강조사를 거쳐 김 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