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새 CEO 페이지,스티브 잡스와 '닮은 꼴'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1.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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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페이지는 오는 4월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 구글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그가 구글을 어떻게 경영할 지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페이지는 직원들에게조차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페이지가 구글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것은 지난주 목요일인 20일(현지시간). 바로 다음날은 구글의 주간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페이지는 이 자리에서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JS)은 22일(현지시간) 구글에서 일한 적이 있거나 페이지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취재해 페이지의 성격과 예상되는 경영 전략을 정리했다.

WSJ에 따르면 페이지의 전 동료들은 그를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로 묘사했다. 두 사람 모두 강한 의지력이 있으며 때로는 예의를 무시하고 엔지니어들이 야심찬 프로젝트를 실행하도록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잡스는 페이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그의 전 동료들에 따르면 페이지가 구글 내에서조차 싹 트기 시작한 관료주의를 타파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지는 여러가지 혁신적이고 야심적인 아이디어를 빨리 추진하기를 원했지만 때로 구글 내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혀 조바심을 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페이지는 중간급 엔지니어들에게 검색엔진에 즉각 변화를 가하라고 요구했지만 엔지니어들이 상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실행 기간이 몇 주일씩 늘어나곤 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 비쳐볼 때 페이지는 새 CEO로 선임된 뒤 자신의 경영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구글의 혁신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이지는 새 CEO로 공식 발표된 20일에 페이지와 슈미트는 구글의 최고 경영진에서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있으며 경영진을 바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글 내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는 프로젝트를 신생업체처럼 추진해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000년에 구글의 첫 광고 영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데이비드 스카코는 “래리는 슈미트와 스타일이 다르다”며 “그는 개발 중인 상품에 대해 놀랄만한 감각과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지칠 줄 모르는 투지로 사용자들의 편의와 경험을 개선하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기술기업의 창업자가 후에 CEO 역할을 맡았을 때의 결과는 엇갈린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지 12년만인 1997년 CEO로 복귀해 애플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반면 야후의 공동 창업자 제리 양은 2007~2009년 CEO로 야후를 이끌었으나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캐롤 바츠에게 CEO 자리를 넘겨 줬다. 델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도 CEO 자리에서 물어났다 2007년 복귀했으나 지금까지 여전히 회사를 회생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페이지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광고에서 다른 부문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고 페이스북의 급성장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CEO 자리를 맡았다.

구글은 페이지북의 도전에 맞서 구글 버즈라는 이름의 자체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다.

페이지는 지난 20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경쟁에 대해 “구글은 소셜 네트워킹 분야에서 매우, 매우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라며 “하지만 소셜 네트워킹의 가능성에 놀랄만큼 매혹당했다”고 말해다.

페이지는 미시건에서 태어나 미시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 구글의 토대인 구글랭크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은 스탠포드 대학 시절이었다.

페이지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청정에너지 사용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캘리포니아주 마인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건물에 태양광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했다.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구글은 경영진 회의에 참석했을 때 논의되는 주제에 크게 관심이 없는 듯했으며 모든 주도권을 슈미트가 행사하도록 했다. 특히 예산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해 슈미트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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