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관료주의 '구제역' 확산

머니투데이 송기호 변호사 2011.01.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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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관료주의 '구제역' 확산


공무원은 시민들이 낸 세금을 물질적 기반으로 삼아 삶을 영위한다. 그 대가로 그들은 시민들을 위하여 봉사한다. 그런데 요즘 제 철을 만난 듯이 활짝 꽃핀 것이 관료주의이다.

고급관료들이 자신의 권한을 공익보다는 그들 집단의 안전을 위하여 사용한다. 그들은 공익을 보호하는 데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나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는 유능하다.



2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을 죽였지만 구제역은 전국적인 비상사태로 확산됐다. 이제 구제역은 상시적 토착병이 돼버렸다고 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잠재적 상태가 되겠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구제역 바이러스들이 활동성을 높일 것이다.

◇희생양 만들기



그러나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구제역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원인조차 알 수 없다. 관료들은 그 원인을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나 해외여행 농가에 전가하려고 시도했다. 조류 독감의 창궐에 대해서도 철새 떼를 탓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일본에서 발생한 그것과 유전자 구조가 대단히 가깝다고 한다.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제역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동남아 지역 여행 농가들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보다도 더 빈번히 동남아 지역과 교류하는 일본이 효과적으로 구제역을 차단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관동대지진 때, 일제가 조선인들을 희생시킨 비극을 겪었다. 그런 우리가 최종적인 객관적 근거 없이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도 좋은가?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하여 사회적 소수를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관료주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축산 허가제의 모순

관료들은 축산허가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지금 이미 축산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등록하지 않고 소를 키우는 농가들은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구제역은 축산 허가제가 없어 생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대규모 공장형 축산에서 가축을 밀식하고 착취적으로 사육하는 데에서 비롯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축산 허가제를 도입해서 축산을 더 대규모화, 공장화하려고 한다.

축산 허가제는 관료들이 자신의 무능을 축산 농가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제역을 기화로 농가의 직업 선택권조차 침해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상시적 검역조사 체계를 갖추어야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관료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이실직고하고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구제역이 상시적 전염병이 되었다는 전제에서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 축산 농가들이 의심 증세를 보이는 소를 신고할 때 비로소 구제역 조사를 했던 기존의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활동성을 회복하여 의심 증세를 나타내도록 기다리는 것은 이미 늦다. 대신 상시적 구제역 조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 집권적인 검역 조직을 분권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앙으로 의심 증세 바이러스를 보내 중앙에서 구제역 여부를 판정했다.

그러나 구제역은 현장에서도 충분히 확진이 가능하다. 중앙이 가진 과도한 권력을 분권화해야 한다. 그것이 구제역 검역에서 숨지거나 부상당한 수많은 하위직 공무원의 헌신에 바르게 대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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