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연착륙'에 증시 향방 달렸다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1.01.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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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 긴급진단②]'필터링+모니터링'이 부작용 예방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던 금융회사들에게 자문형 랩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현재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증시로 되돌리며 코스피지수 2100 돌파의 첨병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급작스런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고 증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의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당국의 모니터링, 시장친화적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 살리고, 고객도 만족"



코스피2100 돌파의 주역 중 하나로 자문형 랩을 꼽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설정된 자금은 5조원에 불과하지만, 증시의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상승 탄력을 높였다.

코스피 지수가 2080선을 기록했던 지난 10일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11일 만에 2조1258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개인과의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랩의 특성상, 자문형 랩의 매매현황은 일반 개인투자자들과 함께 집계된다. 2조원 가량의 순매수 금액 중 상당부분이 자문형 랩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증시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수 2100선에서 개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야하는 자문형 랩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펀드 투자자들이 적잖은 손실을 본 상황에서 자문형 랩은 성공적인 투자대안처로 자리 잡았다.
목표수익률만 실현되면 곧바로 상환되는 스폿랩은 조기에 줄줄이 상환됐고, 일반 자문형 랩의 수익률 역시 시장은 물론 여타 상품 수익률을 압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자문형 랩의 평균 수익률은 55%에 달했다. 일단은 시장도 살리고 고객의 주머니도 두둑하게 해 준 셈이다.


펀드 판매시장 악화로 전전긍긍하던 증권사들도 자문형 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업계에도 활력소가 되고 있다.

자문형 랩 '연착륙'에 증시 향방 달렸다


◇증권사 '필터링', 유관기관 '모니터링'이 부작용 예방

자문형 랩이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의 새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한지 1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상품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제대로 된 감시기능을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향후 시장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승훈 금융투자협회 판매신탁일임지원부 판매일임 팀장은 "증권사들이 자문사가 제공하는 종목의 투자적격성 여부를 어느 정도까지 걸러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라며 "증권사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만큼 상품 리스크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사의 도덕성을 파악하는 것 역시 증권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수익률을 위해 소수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랩 상품 자체의 특성상 문제 삼을 것이 없다"며 "그러나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의 투자성향은 제대로 파악해 가입을 권유했는지, 감독원의 규제는 적절한 것인지 등은 따져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자문 서비스 다양화 등 과제

증권·자문사와 감독당국, 협회 등 관련 유관기관들도 자문형 랩의 '연착륙'이 시장 안정의 중요한 변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김분도 대우증권 고객자산운용부 부장은 "자문사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바스켓에 담아 운용하지는 않는다"며 "관점이 크게 다른 종목들은 조정을 거치는 한편 자문사의 투자성향도 살리는 균형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에 대해 채승훈 팀장은 "최근 규정개정으로 자문사들은 매월 한차례씩 협회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자문사들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회원사로 가입된 자문사는 70개로,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어 자문형 랩 확산에 따른 모니터링 대상 확대도 과제이다.

자문 서비스의 다양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홍선 박사는 "현재 자문형 랩 시장을 주도하는 자문사는 대부분 주식전문 자문사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에만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시장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며 다양한 포트폴리오 자문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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