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100만원, 인텔→소니→애플 '릴레이' 라이벌 작품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기성훈 기자 2011.0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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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핵심사업 '진화'따라 경쟁사 변화...'비교대상' 맞춰 주가도 레벨업

10년여전 삼성전자의 경쟁회사를 물으면 '인텔'이라는 답이 나왔다.
 TV 등 가전제품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최근 몇년간은 '소니'가 경쟁상대였다. 주가 100만원 시대가 열린 지금 삼성전자의 라이벌 자리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주가가 100만원까지 오르게 된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텔-소니-애플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릴레이 경쟁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위주의 부품 산업 중심에서 세트와 부품의 조화를 이루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 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에 비해 2만8000원(2.89%)상승한 99만 7000원으로 마감했다. 마감 직전 사상 최고가인 100만원을 기록한뒤 차익매물로 소폭 밀렸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과 제품에 신뢰를 보내준 결과돲라며 투자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최 부회장은 이어 돱(주주에 대한 보답차원에서)향후에도 주주중시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1975년 상장된 뒤 36년만에 처음으로 100만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크게 오르며 시가 총액은 147조원을 넘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37%로 높아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전날보다 19.21포인트(0.92%) 오른 2115.69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의 주가는 크게 세 단계의 재평가 과정을 거치며 100만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가가 30만원 아래에서 움직이던 1995~2000년, 30~70만원 사이에서 움직인 2001~2010년 그리고 100만원 시대를 연 2011년 이후이다.

 첫 단계인 1995~2000년은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던 시기다. 막대한 규모의 선제적 설비투자를 통해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는 것이 삼성전자의 생존전략이었다.  이 시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설비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공급과잉과 함께 가격이 급락했다.
 하늘(시장상황)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천수답' 경영이라는 평가도 나왔었다.

 2001~2010년은 '애니콜'과 '보르도TV'의 시기다. 2000년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애니콜' 휴대전화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이때 쌓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TV 등 세트 사업도 본격적으로 글로벌 리더로 가세하며 실적에 반영됐다. 동시에 부품사업의 경쟁력도 쌓아간 시기다. 일본 가전기업인 소니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시기였다.


 세번째 시기는 애플과의 경쟁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이다. 주가가 100만원 돌파를 위해 본격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와 겹친다. 그간의 축적된 부품과 세트사업이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시기이다.
 스마트 기기들이 출시되던 초기에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탭 등에 밀리며 시장에서 소외되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갤럭시S와 갤럭시 탭 등이 호조를 보이며 경쟁력을 회복했다.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삼성앱'이나 운영체제(OS)인 '바다' 등이 주목받는 사업이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스마트 가전으로 시장의 추세가 넘어갈 경우 기존 TV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주가가 재평가(리레이팅)되는 과정을 되풀이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의 주가 수익배율(PER)은 9.98배 애플은 16.85배다. 삼성전자는 그 중간인 10.4배(솔로몬증권 추정) 수준이다. 소니는 PER이 37.47배에 달하지만 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에 PER가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상승할 여력이 크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상대비교'대상이 인텔이 아니라 애플이기 때문이라는게 증시의 분석이다.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이후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세트와 부품사업의 조화가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디지털 컨버젼스' 시대의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미리 준비한 것이 지금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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