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김모 SK건설 사장를 비롯, 국내 유명 건설사들의 임직원이 줄소환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사건의 중심인 함바 운영업자이자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사건은 단순 업계 비리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됐다.
◇사상 첫 고법 부장판사 구속…'김홍수 게이트'=2005년 수사 당국은 판사와 검사 등 법조계 인맥을 자랑하며 사건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상명교역 대표이사 김홍수(63)씨를 구속했다.
수사결과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 기소돼 사법사상 최초로 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 전 부장판사는 김씨로부터 1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조 전 부장판사는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08년 6월형이 확정됐다.
조 전 부장판사 외에도 전·현직 법조인과 경찰 고위급 인사 8명이 재판에 넘겨져 민오기 전 총경 등 5명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김씨 역시 사건 청탁을 대가로 2억여원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지난 2006년 징역 3년형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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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군·경 망라한 '백화점식 범행'…'윤상림 게이트'=윤상림 게이트는 호텔업에 종사하던 윤상림(59)씨가 2003년 "현대건설 임원이 군 장성에게 뇌물을 줬다"고 경찰에 제보한 뒤 회사를 찾아가 "더이상 제보하지 않겠다"며 9억을 갈취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윤씨가 연루된 사건만 38건이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기소된 범죄 사실은 58건, 적용된 법조항만 10개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43개 범행이 유죄로 인정돼 '백화점식' 범행으로 회자된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윤씨가 경찰, 군,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거액의 돈을 뿌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검사와 수사관 6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대형 로비 사건으로 번졌다.
5개월여 진행된 수사로 검찰은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등 경찰관계자 2명과 대검 차장검사 출신 김학재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정치권과 청와대에까지 전방위 로비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은 의혹인 채로 남아 검찰의 수사력에 날 선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윤씨는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추징금 12억여원의 형을 확정받았으며 최 전 차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8·15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함바비리', '함바게이트'로 확대?=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해 말 함바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유씨를 구속기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유씨가 강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대가로 1억1000여만원을 제공하는 등 경찰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돼 수사의 초점은 전·현직 경찰 수뇌부로 맞춰지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경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유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관계 인사들을 줄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건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의 불거진 함바비리는 사건의 시작과 형태, 진행과정이 김홍수·윤상림 사건과 비슷하다. 강 전 청장이 사법 처리될 경우 경찰의 신뢰도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점, 검찰과 경찰 조직 간 갈등양상으로 비쳐지는 점 역시 이전 사건들과 유사하다. 제2의 '김홍수·윤상림 게이트'가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 13일 기각된 강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의 소환조사를 마친 상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전직 경찰 간부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 고위 간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강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건설현장에서의 업계 비리에서 경찰 수뇌부까지 이른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