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함바비리' 대형 '게이트'로 비화?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1.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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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모(60) 한화건설 국내사업부문 사장이 구속되면서 이른바 '함바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서 김모 SK건설 사장를 비롯, 국내 유명 건설사들의 임직원이 줄소환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검찰은 사건의 중심인 함바 운영업자이자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사건은 단순 업계 비리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됐다.



또 전·현직 경찰 간부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름에 따라 지난 2005~2007년 불거져 나온 '법조 브로커' 사건들과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상 첫 고법 부장판사 구속…'김홍수 게이트'=2005년 수사 당국은 판사와 검사 등 법조계 인맥을 자랑하며 사건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상명교역 대표이사 김홍수(63)씨를 구속했다.



이후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김씨의 로비 행적이 상세히 적힌 일기장과 수첩이 발견됐고 사건은 사상 초유의 법조비리로 확대됐다. 당시 검찰은 차관급에 해당하는 현직 고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판·검사, 총경급 경찰 간부들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수사결과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 기소돼 사법사상 최초로 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 전 부장판사는 김씨로부터 14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조 전 부장판사는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08년 6월형이 확정됐다.

조 전 부장판사 외에도 전·현직 법조인과 경찰 고위급 인사 8명이 재판에 넘겨져 민오기 전 총경 등 5명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김씨 역시 사건 청탁을 대가로 2억여원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지난 2006년 징역 3년형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다.


◇법조계, 군·경 망라한 '백화점식 범행'…'윤상림 게이트'=윤상림 게이트는 호텔업에 종사하던 윤상림(59)씨가 2003년 "현대건설 임원이 군 장성에게 뇌물을 줬다"고 경찰에 제보한 뒤 회사를 찾아가 "더이상 제보하지 않겠다"며 9억을 갈취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윤씨가 연루된 사건만 38건이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기소된 범죄 사실은 58건, 적용된 법조항만 10개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43개 범행이 유죄로 인정돼 '백화점식' 범행으로 회자된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윤씨가 경찰, 군,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거액의 돈을 뿌린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검사와 수사관 6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대형 로비 사건으로 번졌다.

5개월여 진행된 수사로 검찰은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등 경찰관계자 2명과 대검 차장검사 출신 김학재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정치권과 청와대에까지 전방위 로비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은 의혹인 채로 남아 검찰의 수사력에 날 선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윤씨는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추징금 12억여원의 형을 확정받았으며 최 전 차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8·15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함바비리', '함바게이트'로 확대?=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지난해 말 함바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유씨를 구속기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유씨가 강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대가로 1억1000여만원을 제공하는 등 경찰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돼 수사의 초점은 전·현직 경찰 수뇌부로 맞춰지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경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유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정·관계 인사들을 줄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건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의 불거진 함바비리는 사건의 시작과 형태, 진행과정이 김홍수·윤상림 사건과 비슷하다. 강 전 청장이 사법 처리될 경우 경찰의 신뢰도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점, 검찰과 경찰 조직 간 갈등양상으로 비쳐지는 점 역시 이전 사건들과 유사하다. 제2의 '김홍수·윤상림 게이트'가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 13일 기각된 강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의 소환조사를 마친 상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전직 경찰 간부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 고위 간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강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건설현장에서의 업계 비리에서 경찰 수뇌부까지 이른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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