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으로 매일 90명 죽는 '유나이티드 건 스테이트'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1.1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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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뉴욕리포트]총기소유 국민 기본권..규제론 설자리없어

총에 의해서만 하루 88명, 연 3만2300명이 죽었다. 교통사고 다음가는 사망원인이다. 총기로 인한 부상자는 연 약 6만5000명이었다. 살인의 78%, 자살의 52%, 강도 43%가 총에 의한 것이었다. 1980~2006년중 매년 총으로 죽거나 다친 미국사람 숫자다. 확률로 흑인 남성은 10만명당 최소 한명씩 매일 어디선가 총으로 죽는다. 총은 특히 40대 이상 백인 남성이 애호하는 자살무기다.

이렇게 미국서 총은 매년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사회의 병(病)이다. 그러나 없앨 수 없다. 언젠가 한 미국인 교사에게 "총기 소유를 금지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미국에서 총은 곧 역사라는 얘기였다. 국가가 좌충우돌하며 야생적으로 형성돼 누구든 스스로 자위력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수정헌법 2조에 '총기소유를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박아놨을까.

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민주당의 한 촉망받는 여성 하원의원이 주도한 집회에서 총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민주당 하원의원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지고 어린이 한명, 연방판사를 포함, 6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다시 충격에 빠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 모두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그 뿐이다. 크고 작은 총기사고가 터지면 깊이 슬퍼하고 애도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건 뒤엔 총기소유 문제가 도마에 오르지만 심각하지도 않고 별 진전도 없다. 연령제한을 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범죄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판매를 제한한다, 총기구매에 대기시간을 준다, 총기 불법사용자에 중형을 선고한다, 총기관련 교육을 강화한다....별별 방법이 도모됐지만 신통치않다.

총기소유를 자체를 금지시키고 수거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차선책의 방법을 고려해봐야 효과는 그게 그거다. 총기보유가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이니 허가나 등록이 있을 필요가 없다. '건 오브 어메리카'에서 총은 장난감 사는 것처럼 쉽다. 이런 분위기이니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총기규제론이 설자리는 사실상 없다.


이번에도 같을 것이다. 문제제기라고 해봐야 정신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사가 어떻게 권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냐는 정도다. 법에는 법원이 사전에 인정한 정신 이상자에게만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번 사건 범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법원으로부터 정신질환자로 선고받지 않았다면 무기구입은 합법이다.

그리고 애리조나주가 또 어떤 곳인가. 오케이 목장의 결투와 같은 서부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또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탓에 불법이민자로 골머리 앓는 곳이자 反이민정책에 선봉에 선 보수적인 동네다. 지난해 주경찰이 불법 이민자를 임의로 색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이민법을 만들었다.

총기소유에 관한 한 애리조나 주는 한술 더 뜬다. 21세 이상일 경우 특별허가 없어도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적어도 애리조나 주에서 제조된 무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없이 주민이 보유할 수 있게 돼 있다.

공화당에 비해 진보적이라는 민주당의 기퍼즈 의원 자신도 정작 총기소유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기퍼즈 의원은 지난 2008년 9월 보도자료를 통해 권총 보유사실을 밝히고 합법적인 총기 소유 전통은 존중돼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서 역대 대통령중 4명이 총으로 처형이라고 불러도 좋을 암살을 당했다.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도, 종교지도자 마틴 루터 킹목사도 저격당했다. 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사건, 2007년 한인 학생이 범인이었던 버지니아 공대 사건 등 미국인의 뇌리에 남는 대량학살 사건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사건후엔 언제나 제자리다. 사건직후의 애도와 주기적인 추모만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굴러다니는 총기류는 2억정이 넘는다고 한다. 10명중 3명이상이 복수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민간인의 총기소유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사냥용 총은 가능하다 그것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한다. 남북한 대치의 소산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치안의 품질은 크게 높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잇단 총기사고는 대한민국에 사는 가치를 거듭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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