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금융 vs 외환은행 노조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1.01.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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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0원 %) 노동조합이 '건수'를 하나 잡았다. 어쩌면 잘못은 노조가 먼저 했다.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서 이 은행을 인수키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11월19일 일부 일간지 1면엔 이를 반대하는 광고가 실렸다. 노조가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의 문구를 담아 하나금융으로의 합병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

하나금융은 즉시 법원에 '광고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일부 인용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과정서 특혜를 받았다거나 최고경영자(CEO)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문구 등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하나금융이 냈던 간접강제 신청(손해배상 책임 등을 지워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자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다시 외환은행 노조를 상대로 회사나 최고경영자(CEO)의 명예훼손, 비방 등을 하지 말라며 간접강제 신청을 다시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 부위원장 등이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비방 문구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노조는 하나금융에 하루 1억 원씩을 배상해야 한다. 법원이 광고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은 만큼 지나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해당 블로그를 운영한 부위원장은 "법원 판결을 받은 지난해 12월20일 이후로는 문제가 된 표현 대신 사실에 근거하도록 신경을 썼다"며 "더구나 노조 공식 홈페이지도 아닌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너무하다"고 반발했다.



이 사건은 국내 4위 금융 지주사가 노조에 하루 1억원 규모의 송사를 제기했다는 '화제 거리'가 되면서 하나금융의 뜻과는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도리어 기사를 통해 하나금융이 가처분신청까지 내며 꺼려했던 표현들이 다시 거론되기까지 했다.

이참에 노조는 하나금융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며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충분한 자금과 능력이 있다면 하나금융이 작은 일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겠느냐'는 논리다.

하나금융은 신경이 쓰이기는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외환은행 직원들은 SNS를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활발한 합병 저지 운동을 펼쳐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강제신청이 표면은 노조였지만 외환은행 직원들의 온라인 상 활동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예 노조는 지난해 광고 제기 당시 1%도 안 돼 보였던 합병 저지 가능성이 이제는 제법 높아져 두 자릿수는 됐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싸움은 당사자들과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다. 주변에서는 첫 단계부터 외환은행 정도도 포용하지 못하는 골리앗-하나금융과 SNS를 무기로 덤비는 다윗-노조를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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