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사상최대'...전셋값 얼마나 올랐길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1.01.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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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전세보증 지난해 5조7668억

# 2008년 12월 1억9000만 원을 주고 서울 강동구 명일동 A아파트(전용 82㎡)에 전세로 들어간 회사원 유이아(가명, 37세)씨. 유 씨는 지난해 여름 2년 만기를 몇 달 앞두고 집 주인으로부터 "재계약을 하려면 전세금 4000만 원을 올려 달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유 씨는 다른 전셋집을 찾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금을 올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주택시장에서 전세가격만 유독 치솟은 탓에 다른 지역 전세도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거래은행 상담원으로부터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 제도를 소개받고 연 4.5%의 금리로 4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평소 은행 대출을 꺼렸던 유 씨는 앞으로 2년간 매달 15만 원의 이자와 연 8만 원의 보증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전세가격 급등과 맞물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규모가 연간 단위 공급 실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총 5조7668억 원의 전세자금 보증을 해줬고, 이는 2009년(4조6757억 원) 보다 23%(1조911억 원) 증가한 수준이라고 6일 밝혔다.

전세보증 '사상최대'...전셋값 얼마나 올랐길래


전세자금보증 이용자 수 역시 2009년 19만9128명에서 22만3952명으로 1년 새 12% 늘었다. 공사는 지난해 주택시장에서 전세가격 급등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 전세보증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7.1%로,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뛰기 시작했던 2002년(10.1%)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동안 전세가격은 집값이 많이 올랐던 2006년(6.5%)을 제외하면 매년 3%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을 우려해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거나, 시장을 관망하는 수요자가 많아져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전세가격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와 맞물려 2009년 매달 평균 3000억∼4000억 원 수준이던 공사의 전세보증 규모도 올 들어 4000억∼5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집을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다 입주물량도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라서 전세가격 상승폭이 지난해보다 더 클 것이란 배경에서다.



공사 고위 관계자는 "전세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전세가격 상승은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의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공사는 올해에도 전세자금보증 이용자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전세보증 규모를 더욱 늘릴 방침이다"고 말했다.

☞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 집 없는 서민이 별도의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해주는 제도. 만 20세 이상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와 결혼 예정자, 소득이 있는 단독세대주가 신청 대상자. 개인별로 연 소득의 최대 2.5배(1억5000만원 한도)까지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음. 이용자들이 대출금리 이외에 추가 부담해야 할 보증료는 보증금액의 연 0.2~0.6%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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