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프로야구에서도 벤처신화 쓸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12.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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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벤처 코스닥 출신 엔씨소프트 (216,500원 ▲1,000 +0.46%)가 제9프로야구단을 창단한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이 장악하던 영역에 지난 1997년 설립한 벤처기업이 처음으로 진출을 선언한 '사건' 입니다.

잘 알다시피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군사정권의 주도로 시작됐습니다. 쿠테타를 통해 거머쥔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희석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배경에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부는 굴지의 대기업 중 기업 총수의 출신도별로 연고지를 정한다는 원칙 아래 삼성라이온스, 롯데자이언츠, 해태타이거즈, 삼미슈퍼스타즈, OB베어스, MBC청룡 등 6개 구단 체제로 출범시켰습니다. 사실상 강요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후 구단들은 많은 풍파를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삼미슈퍼스타즈입니다. 1985년 삼미해운 등 주력기업이 휘청거린 삼미그룹은 야구단을 청보그룹에 매각합니다. 그래서 출현한 게 청보핀토스입니다.



그러나 50대 그룹에도 들지 못했던 청보그룹은 구단 매입 후 법정관리 등에 시달린 끝에 1987년 태평양화학에 팔았습니다. 태평양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1995년 야구단을 현대그룹으로 넘겼습니다. 현대그룹 역시 운영난을 겪으며 2007년 시즌을 끝으로 야구단을 전격 해체했습니다. 현재는 넥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북이 연고였던 쌍방울 레이더스도 추억의 이름이 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8개 구단 체제로 정착된 프로야구판에 엔씨소프트가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하는 제9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대다수 야구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입니다. 인구가 3억명인 미국도 30개 구단이고 1억3000만명인 일본도 12개 구단밖에 안 되는데 한국에서 9개 구단은 과도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대세로 굳어진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창단은 장기적인 기업 홍보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개선까지 고려한 '영리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창단으로 사행성 게임 업체라는 비판적 시선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회공헌기업으로 우뚝 설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대기업 위주로 굴러가는 한국 경제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시점인 1997년 설립, 2000년 코스닥 상장 후 2003년에는 코스피로 시장을 옮긴 엔씨소프트는 분명 벤처로 출발해 코스닥에서 성공신화를 쌓은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엔씨소프트가 '만년 적자'로 신음하는 한국프로야구 업계에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야구장은 폭발적인 관중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야구단들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프로야구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변변한 스폰서가 없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삼성그룹에 이어 뒤늦게 스폰서에 나선 건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보유한 게임회사 CJ인터넷 (0원 %)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창단한 프로야구단이 특유의 '벤처정신'으로 경영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구단처럼 '돈 먹는 하마'가 될지에 증시의 시선은 쏠립니다.

기존 대기업 구단과 동일한 전략으로는 엔씨소프트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지금은 재정여력상 충분하다고 하지만 과거 야구단을 창단했다 포기한 숱한 대기업들도 똑같은 말을 했었으니까요. 벤처 정신이 프로야구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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