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버블 '3대 신호'…배럴당 120달러 전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12.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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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금융위기 수준 회복…수급불안·약달러·투기요소 걱정 커져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모두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하며 2008년 '원유버블'이 재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수급과 달러 전망에 더해 잠재적 투기 요소까지 감안할 경우 유가 고공행진 탄력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유가가 12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유가 금융위기 수준 회복…버블 우려 커진다=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배럴당 0.7% 뛴 90.4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10월7일 이후 처음이다. 21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2008년 9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어섰다.

국제 유가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시점의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은 '원유 버블'과 관련,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WTI 가격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인 2008년 7월 역사적 최고점인 배럴당 147달러선에 육박했다. △수급불안△약달러△투기요소라는 원유 버블의 3대 요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후 약 2개월간 유가는 거품붕괴의 조짐을 보이며 현 수준인 배럴당 90달러선까지 내려갔으며 9월 리먼사태를 계기로 수직낙하했다.

'금융위기 수준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 이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당시 거품을 만들어낸 3대 요소가 현재 유가흐름에도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은 정체=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수요 증가와 공급 정체다.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둔화우려는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원유 수요는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 등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빠른 신흥시장 수요 증가세가 그만큼 빨랐다는 증거다.


우드 매킨지의 프랜시스 오스본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 원유수요는 하루 평균 8830만배럴을 기록,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라며 "직전 최고치는 2007년 3분기 8800만 배럴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하루평균 원유수요 증가속도도 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올해 원유수요 증가폭이 하루평균 230만배럴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상 최고치였던 2004년 300만배럴에 이어 두번째 수준이다.

아울러 내년 수요 증가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흥시장 경제의 빠른 성장세에 더해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감세연장후 내년 미 경제 성장률을 3%로 상향조정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현 가격대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총회에서 현 생산쿼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OPEC의 증산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실질적 증산이 단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弱달러에 투기세력 준동도 우려=장기적 약달러 추세에 대한 전망도 최근 유가 강세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달러화는 개선된 미 경제 전망으로 일시적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가 역시 달러와 함께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도 실제 미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양적완화와 감세안 연장 등으로 늘어난 달러 유동성이 금융시장에 실제 흘러들 경우 장기적 약달러 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투기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우려도 유가 버블과 관련,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아직 시장에서 투기세력 준동과 관련된 의혹은 강하게 제기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유가의 강한 변동성에서 투기세력 활동 신호는 감지된다는 평가다.

WTI 가격은 올해 약 3개월 간격으로 세차례의 큰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2~4월간 21% 상승폭을 나타냈으며 4~5월 사이에는 20% 급락세를 연출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 추이와 비교할 때 극심한 변동성이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유가 전망치 상향에 나서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연내 WTI가 100달러선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11년 유가가 120달러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CNBC에 따르면 매리앤 바텔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국제유가는 118~12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며 "에너지 관련주에 대한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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