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벼랑 끝에 몰린 이유

더벨 문병선 기자 2010.12.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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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소수의 정보 독점·소송 지상주의'

더벨|이 기사는 12월21일(09: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 (35,450원 ▲50 +0.14%)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과 체결한 MOU를 해지하면서 현대그룹이 기댈 곳은 결국 법원 밖에 남지 않게 됐다.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의 배경을 꼽으라면 두 가지다.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를 제쳐두고 우선 현대그룹 자체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요인은 첫째가 그룹 내 일부 소수의 정보 독점이고, 둘째는 소송으로 이기면 된다는 '소송 지상주의'다.



최소한 현대그룹이 지칭하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현대그룹을 바라보면 그렇다.

물론 현대그룹은 두 가지 지적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 ‘가해자의 시각’ 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왕자의 난, 현대엘리베이터 및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그리고 최근의 현대건설 인수전까지 여전히 힘있는 상당수가 현대그룹과 반대편에 서 있으니 늘 ‘피해자의 논리’가 앞섰을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그런 현대그룹의 불가피한 상황을 모두 배제하고 순수히, 왜 현대건설 인수전이 종국에는 법원으로 가게 됐는지 그 요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는다면, 범위를 좁혀볼 때 위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정보 독점 문제는 결과적으로 정치력과 맞닿아 있다. 예컨대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이라는 입찰금액을 써 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도 절대다수가 '자금의 출처'를 우려하자 종국에는 MOU가 해지되는 상황까지 온 것은 '교류'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소수의 배타적 행보가 영향을 준다"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치밀하고 영리하지만 이런 재치가 배타적으로 비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분법적 논리에서 보면 자기방어의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배타성에 시선을 둔 시각이어서 그 또한 문제지만 최소한 반대편에서 보는 시각에는 이런 '반감'이 깔려 있다.

'소송 지상주의'는 MOU 문구 수정 문제에서도 비교적 잘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의 법률 검토를 보다 치밀하게 만든 반작용을 불러 온 것은 다름아닌 '소송 불가피론'이다.

예를 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일부 채권단 강경파와 여론에 밀려 "합리적 수준의 자료제출에 응할 수 있다"는 MOU 문구 삽입에 동의해 주었던 것은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소송 불가피론'에서 출발한다.

'합리적'이라는 애매모호함은 싸움의 당사자간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특히 '피해자 및 가해자'라는 양분법적 논리가 우선되는 상황에서 더욱 애매하다. 누가보더라도 상황논리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보다 일단 MOU 체결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문구 수정을 승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MOU가 해지된 결정적 이유는 당시 수정된 MOU 문구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소송 불가피론으로 배수진을 쳤다면 이를 간파한 반대편은 뒤로 돌아 역습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 두가지 지적을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현대그룹으로서는 딜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할 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상황이 '차입'이라는 M&A의 핵심 수단에 큰 폭의 감점을 매겨놓고 재무약정을 빌미로 국내은행권 차입을 막아놓은 상황에서 딜을 진행한 '힘의 논리'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딜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차입으로 인수가격을 높이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해외 차입 역시 되돌아보면 큰 문제가 없는 보통의 자금조달 수단이었는데도 한바탕 흔들림을 당한 셈이 됐다.

현대그룹의 마지막 수단인 '소송'이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적이 공허할 수 있다. 소송은 약자가 마지막 기댈 수 있는 언덕인 게 사실이다. 다만 외부에서 지적하는 배타성이 지금까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도 엄연한 결과론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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