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강행처리, '외로운' 반대 1표는 누구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12.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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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변해 투표장 남아"…"투표장서 與 횡포 보면 국민이 野지지할 것"

'2011년도 예산안 - 찬성 165명, 반대 1명.'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 - 찬성 164명, 반대 1명.'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내년도 예산안 등 주요 안건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역사의 근거자료가 될 국회 속기록에는 안건마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된 것으로 기록됐다.



예산안 강행처리, '외로운' 반대 1표는 누구


민주당 의원들이 '날치기' '무효'를 외치며 투표를 저지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항의의 뜻으로 회의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사진)은 끝까지 회의장을 지키며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반대 의견이 있었음을 역사에 남겼다.

이 의원은 '투표 보이콧'이라는 암묵적인 야권 공조를 따르지 않았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그랜저 검사 특검법' 발의 등 주요 사안마다 야권 공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 의원은 9일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는 상황에서 투표에 참여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외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여당 독주를 합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예산안 외에 반드시 의견을 발표해야 할 안건이 올라와 있어 회의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안은 자문위원회 형태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행정위원회로 격상시키고 장관급 상근위원장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자공학 박사로 공학 교수와 KT 사장 등을 지내 과학기술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이 의원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었다.

이 의원은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자로 나서 "인문계 국책연구기관에 비해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 대한 개혁이 너무 많았다"며 "과학계를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면 연구할 맛이 나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자에게도 "인문계 출신이 정책을 주무르니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인문계 연구원은 가만 두고 이공계만 자꾸 흔드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41개 안건이 통과되는 가운데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발표한 의원은 이 의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역시 재석 의원 168명에 찬성 136명, 반대 12명, 기권 20명으로 가결됐다.

이 의원은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한나라당의 예산안 등 강행 처리에 대해서는 비판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청와대의 예산안 처리 일정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여당 의원들은 직권 상정된 법률안의 내용도 모르고 투표를 했는데 본분을 저버린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놨다. 이 의원은 "야당이 소수이고 힘이 크지 않지만 물리적으로 거대 여당을 막기보다는 원내에서 정당하게 표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다수당의 횡포가 자행되는 것을 보고 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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