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현대그룹 한때 '평행선', 이젠 '운명공동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0.12.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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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vs 현대차' 대립 새로운 변수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에 대한 증빙을 두고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채권단과 현대그룹,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등 이전투구 양상의 대립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현대차가 '예금인출' 등의 카드로 외환은행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선 서둘러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다른 채권단과 현대차에 겹겹이 포위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 배'를 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외환은행에서 1조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인출했다. 현대차 직원들 사이에선 외환은행 급여계좌 해지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재계와 금융권에선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현대그룹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외환은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외환은행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 매각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출해 간 금액이 당장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계좌를 옮기면서 부수적으로 딸린 예금과 대출금 등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현실화되면 외환은행 자산 규모에 비춰 만만치 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자산은 3분기 현재 116조 원. 금융권에선 현대차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의 급여계좌가 이탈할 경우 기인출금(1조 원)과 합해 2~3조 원 정도의 자금이 빠져 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금 증빙을 위한 추가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MOU해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며 현대그룹을 압박한 것도 다분히 '현대차 달래기'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복잡한 대립 양상이 전개되자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의 관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입찰 전까지 재무약정 체결을 두고 '벼랑 끝 대치' 양상을 보였던 두 기업이 현대건설 M&A전에서 '명운'을 같이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키로 한 론스타의 입장에선 큰 잡음 없이 현대건설 매각을 성사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 등 다른 채권단들의 반발과 현대차의 압박이 부담스럽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M&A는 그룹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키포인트'다. 그러나 채권단의 문제제기와 현대차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약정 체결 당시 '주채권은행 교체'와 소송전으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던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지금은 '운명공동체' 관계로 가고 있다"며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모두 다른 채권단과 현대차의 '협공'에 포위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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