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현대차가 '예금인출' 등의 카드로 외환은행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선 서둘러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다른 채권단과 현대차에 겹겹이 포위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 배'를 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은행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 매각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출해 간 금액이 당장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계좌를 옮기면서 부수적으로 딸린 예금과 대출금 등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현실화되면 외환은행 자산 규모에 비춰 만만치 않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복잡한 대립 양상이 전개되자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의 관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입찰 전까지 재무약정 체결을 두고 '벼랑 끝 대치' 양상을 보였던 두 기업이 현대건설 M&A전에서 '명운'을 같이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키로 한 론스타의 입장에선 큰 잡음 없이 현대건설 매각을 성사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 등 다른 채권단들의 반발과 현대차의 압박이 부담스럽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M&A는 그룹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키포인트'다. 그러나 채권단의 문제제기와 현대차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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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약정 체결 당시 '주채권은행 교체'와 소송전으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던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지금은 '운명공동체' 관계로 가고 있다"며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모두 다른 채권단과 현대차의 '협공'에 포위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