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천신일'에 약한 검찰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12.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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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 후 귀국하면서도 바로 병원입원…하루 지나 소환조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검찰 출두 ⓒ이명근 기자↑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검찰 출두 ⓒ이명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2,055원 ▲55 +2.75%) 회장이 1일 검찰에 출두했다. 천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 여름 돌연 출국한 지 100여 일 만이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일본에서 '버티기'로 일관한 천 회장은 귀국 직후에도 검찰청이 아닌 병원으로 직행하는 여유를 부렸다. 검찰은 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병원행을 허락하고 조사 일정도 하루 늦췄다.



통상 도피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해 온 수사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다. 귀국 직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병원에서 수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 역시 일반적인 검찰의 수사 관행에 어긋난다.

천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것은 지난 8월19일.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이수우 회장으로부터 "천 회장에게 40억여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본격화하던 때였다.



검찰의 수사를 비웃듯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이다. 결국 천씨를 출국금지 하지 않은 검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론에 등 떠밀린 검찰은 지난 10월 말까지 천 회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천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사의 진전이 없자 애태우던 검찰은 지난 10월28일 세중나모여행 본사 압수수색이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천 회장이 귀국 의사를 밝혀오지 않으면 강제 수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 달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회장은 11월 한 달 동안 주변 정리를 하며 느긋하게 귀국을 준비했고, 검찰은 천 회장을 기다려줬다.


결국 검찰은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를 삼성의료원으로 보낸 뒤 천 회장으로부터 소환 일정에 동의를 얻어 조사를 벌일 수 있었다. 건강상의 사정을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검찰은 이날 천 회장을 상대로 임천공업의 대출을 알선해주고 계열사인 건화공업과 건화기업의 국세청 세무조사에 개입한 대가로 4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조사한 뒤 귀가조치하기로 했다.

조사 중인 피의자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뒀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사후구속영장은 그에 상응하는 사유가 있어야 청구할 수 있다"며 "영장 청구 여부는 조사를 마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봐주기 수사' 논란에 대해 "특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지팡이를 짚고 나왔지만 걷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천 회장은 건강상의 별다른 문제없이 수 시간째 진행되고 있는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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