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워크아웃 건설사 '우울한 연말'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12.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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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기 침체로 또 '구조조정 괴담'…"1차때 받을 걸" 푸념

ⓒ임종철ⓒ임종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확정 이후 인력의 상당수가 빠져나갔는데 조만간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네요. 건설·부동산경기가 최악이어서 정상화 시기도 더 멀어지고 있고요. 지난해초 1차 건설사 구조조정때 워크아웃을 받을 걸 그랬다고 푸념을 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지난 6월 3차 건설사 구조조정때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건설사 부장)

3차 건설사 구조조정 때 워크아웃을 받았던 중견건설사들이 우울한 연말연시를 보낼 전망이다. 임직원들은 명예퇴직 공포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경력직시장 위축에 걱정이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건설부동산경기 여파에 경영정상화를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인력 구조조정에 이직도 쉽지 않은 직원들

지난 6월 3차 건설사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으로 분류된 A건설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 소식이 다시 돌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 직후 임원급 인력조정이 있었고 이제 직원급이 대상이라는 것. 몇개월치 월급을 준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면서 일부 고참 부장급들은 구조조정이 자신들을 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밟고 있는 B건설도 인력 구조조정 소문이 돌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공 중인 대단위 아파트 건설공사가 곧 완료될 예정인 이 회사는 후속공사 진행이 더뎌 결과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현장이 없다는 게 구조조정 소문의 배경이다.

이 회사 한 직원은 "사업장이 주로 아파트 현장이다보니 분양시장이 침체되면 인력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6개월 이상 후속공사 현장이 생기지 못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직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도 직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건설·부동산경기가 좋아야 각 건설사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력직 채용을 늘릴 수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으론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명예퇴직으로 나온 인력이 수백명을 넘고 있어 건설 이직시장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남광토건, 한일건설, 중앙건설, 벽산건설 등 3차 건설사 구조조정 워크아웃 건설사별로 50~150여명씩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구조조정때 워크아웃 받았으면…

3차 건설사 구조조정때 워크아웃을 받은 건설사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1차 구조조정때 워크아웃을 받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같은 아쉬움은 1차 구조조정 건설사들이 최근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1차 구조조정은 지난해 1월초, 3차 구조조정은 지난 6월말 단행됐다. 중소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2차 구조조정을 빼고 중견건설사 상대인 1차와 3차 구조조정은 시차가 1년 반에 달한다.

1차 구조조정 기업들은 1년 반이란 시간동안 미리 부실을 털고 금융권 지원속에 정상화 속도를 높였다. 실제 경남기업은 3분기까지 매출 1조1537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기록했고 우림건설도 같은기간 매출 3486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하지만 이익이 늘었다.

반면 3차 구조조정 건설사들은 1년 반동안 버티기를 하다 보니 부실이 커졌고 부실을 막기 위해 막대한 금융비용을 추가로 지불했다. 건설·부동산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가는 것도 걱정이 느는 이유다. 건설사들이 자체 집계한 올 공공공사 수주목표대비 실적에 따르면 상위 50대 건설사 중 50%를 넘긴 업체는 4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부에서는 수주목표대비 실적이 50%를 넘으면 '사선을 넘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공공사 발주가 급감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70% 선이었지만 이제는 50%만 넘어도 한숨을 돌렸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며 "정상기업도 버티기 힘든 판에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중인 중견건설사
△2009년 1월 1차 건설사 구조조정 : 이수건설, 동문건설, 월드건설, 풍림산업, 우림건설, 삼호, 경남기업, 대동종합건설

△자체 기업회생절차 신청 : 신창건설, 현진, 성원건설, 남양건설, 대우차판매, 금광기업, 풍성주택

△2010년 6월 3차 건설사 구조조정 : 남광토건, 신동아건설, 벽산건설, 한일건설, 중앙건설, 성우종합건설, 제일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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