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의 두 마술

머니투데이 황인선 KT&G 미래팀장 2010.11.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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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마켓 3.0, 공감의 시대의 마케팅"

이은결의 두 마술


일요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이은결의 마술공연을 봤습니다. 좌석이 얼추 찼는데 30∼40%는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이은결의 인기도 짐작하겠고 '마술=창의'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 전에 카메라가 객석의 커플을 비추면서 영상자막으로 일일이 인사하는 것도 신세대 마술사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도로 참신했습니다.

공연은 2부작이었는데 1부 막이 열리자 조명 아래 남자아이가 혼자 앉아 헐크와 공룡, 로봇장난감과 노는 신이 연출되었습니다. 순간 극장 안은 침묵 모드로 변했습니다.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태양의 서커스 퀴담 아류? 아니면 이은결 자신의 어린 시절일까?' 일단 예상한 마술공연과 달리 시작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이 바뀌더니 다음엔 바로 시끄러운 음악과 늘씬 미녀와 통 찌르고 베는 눈속임 마술이 빠른 속도로 펼쳐졌습니다. 첨단장비가 많이 동원되었지만 40대 아저씨들은 이런 거라면 절대 현혹되지 않죠. 마술은 늘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눈썰미 싸움 아니겠습니까. 이걸 잘 아는지 이은결은 틈틈이 "아버님. 마음을 열어주세요" 하는데 이은결의 재치있는 언어와 경쾌한 몸동작, 관객들을 끌어가는 운영은 유쾌했지만 마술은 마술일 뿐. 필자가 만난 마술사들은 '마술은 눈속임과 과학 사이'라고 했는데 그거 이상 뭘 기대하겠습니까? 1부 마술은 아이가 등장한 첫 장면을 빼고는 그저 그랬습니다.



휴식 20분 그리고 2부 시작. 클래식한 7080마술부터 이은결을 이은결로 만든 빠른 손동작과 카드묘기, 앵무새 마술. 계속 재치있는 언변과 연출. '이렇게 끝나나 보군.'

그리곤 마술의 마케팅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은결이 마술이 너무 좋았던 자신의 소년시절, '마술은 사기'라고 할 때마다 마음 아팠다는 대목에선 '마케팅은 사기야' 하던 비난이 생각나면서 그 마음 이해도 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관객들 마음을 짠하게 하더니 김중만 작가 등과 아프리카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의 해맑은 사진이 몇 장 보이고 이어 아프리카 석양 풍경을 배경으로 한 손가락 그림자극을 선사했습니다. 앵무새, 늑대, 새 등이 쫓고 쫓기는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손가락으로 재현할 때마다 감탄이 터졌는데 필자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테마가 마술까지! 이걸 기업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어야?' 뭐 이런 생각. 얼마전 모 증권사가 흙탕물 음료를 팔면서 매칭펀드로 생수를 아프리카에 보내는 캠페인이 젊은층에게서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나 남미, 아프리카에 신발을 보내주는 탐스슈즈처럼 착한 소비자의 호감을 끄는 마케팅의 마술이 주목받는 때니까.



그리고 마침내 마술 같지 않은 마술극이 펼쳐졌습니다. 객석에서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무대로 올리고는 1부 처음에 남자아이가 놀던 헐크, 공룡, 로봇장난감을 똑같이 놓고 두 아이와 즉석 놀이를 한 겁니다. 아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돌출발언과 행동에 극장엔 폭소가 터졌는데 아이들과 함께한 천진난만한 장난이 끝날 때쯤 이은결이 정색하고 "마술은 사기일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의 꿈은 잠시 이루어줄 수 있습니다" 하더니 막을 젖히자 뒤에 커다란 공룡과 헐크, 그리고 트랜스포머 로봇이 어웅, 뒤뚱뒤뚱 나타나서 깜짝 놀란 아이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뜨거운 박수로 끝났습니다. 끝나고 나오는데 까칠한 고등학생 아들이 감동받았다고 하더군요. '맘마미아' '아바타'가 재미없다던 녀석입니다. 눈속임이라고 생각한 마술에서 뜻밖에 펼쳐진 감동이라 그럴까요. 이은결이 펼친 '마술은 사기가 아닙니다. 마술도 감동을 줄 수 있어요'라는 마술의 마케팅이 통했나 봅니다. 결과로 마술은 우리와 가까워질 겁니다.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술의 마케팅을 이은결이 우리에게 펼쳤다면 필립 코틀러가 말한 '마켓 3.0'과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는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를 향해 마케팅의 마술을 하라는 주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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