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2부작이었는데 1부 막이 열리자 조명 아래 남자아이가 혼자 앉아 헐크와 공룡, 로봇장난감과 노는 신이 연출되었습니다. 순간 극장 안은 침묵 모드로 변했습니다.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태양의 서커스 퀴담 아류? 아니면 이은결 자신의 어린 시절일까?' 일단 예상한 마술공연과 달리 시작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이 바뀌더니 다음엔 바로 시끄러운 음악과 늘씬 미녀와 통 찌르고 베는 눈속임 마술이 빠른 속도로 펼쳐졌습니다. 첨단장비가 많이 동원되었지만 40대 아저씨들은 이런 거라면 절대 현혹되지 않죠. 마술은 늘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눈썰미 싸움 아니겠습니까. 이걸 잘 아는지 이은결은 틈틈이 "아버님. 마음을 열어주세요" 하는데 이은결의 재치있는 언어와 경쾌한 몸동작, 관객들을 끌어가는 운영은 유쾌했지만 마술은 마술일 뿐. 필자가 만난 마술사들은 '마술은 눈속임과 과학 사이'라고 했는데 그거 이상 뭘 기대하겠습니까? 1부 마술은 아이가 등장한 첫 장면을 빼고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리곤 마술의 마케팅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은결이 마술이 너무 좋았던 자신의 소년시절, '마술은 사기'라고 할 때마다 마음 아팠다는 대목에선 '마케팅은 사기야' 하던 비난이 생각나면서 그 마음 이해도 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관객들 마음을 짠하게 하더니 김중만 작가 등과 아프리카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의 해맑은 사진이 몇 장 보이고 이어 아프리카 석양 풍경을 배경으로 한 손가락 그림자극을 선사했습니다. 앵무새, 늑대, 새 등이 쫓고 쫓기는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손가락으로 재현할 때마다 감탄이 터졌는데 필자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테마가 마술까지! 이걸 기업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어야?' 뭐 이런 생각. 얼마전 모 증권사가 흙탕물 음료를 팔면서 매칭펀드로 생수를 아프리카에 보내는 캠페인이 젊은층에게서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나 남미, 아프리카에 신발을 보내주는 탐스슈즈처럼 착한 소비자의 호감을 끄는 마케팅의 마술이 주목받는 때니까.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술의 마케팅을 이은결이 우리에게 펼쳤다면 필립 코틀러가 말한 '마켓 3.0'과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는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를 향해 마케팅의 마술을 하라는 주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