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넘어 포르투갈·스페인으로.. 번지는 불길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3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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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사이트]유럽안정기금 연이은 대규모 지원에 고갈 우려

유럽연합(EU)이 28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 대한 850억유로(약 1130억달러, 130조원)의 구제금융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유로존 16개국과 유럽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함께 한 이번 '아일랜드 구하기' 합동작전으로 최근 아일랜드 국채 불안으로 야기된 유럽 금융시장의 동요는 일단 가라앉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리스 1150억 유로에 이은 또한번의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는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지닌 근본적인 치명성을 다시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그리스, 아일랜드와 함께 'PIGS'로 간주되던 포르투갈, 스페인의 재정 우려가 증폭되고 충분한 방호벽이라 자위하던 1조 달러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불 붙었다.

EU와 IMF는 지난 6월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고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회원국들의 기금 출연을 골자로한 7500억유로의 EFSF를 출범시켰다. 이중 EU의 부담액은 4400억유로이다. 하지만 벌써 두번의 구제로만 절반 가까이가 소진될 전망이다.



◇EFSF 늘려야 하나?=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인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기금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해 기금 부족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버의 발언이 위기가 아일랜드를 넘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기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아직 크지 않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보다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기라도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스페인은 역내 3위 경제대국이다.

다우존스뉴스는 스페인 위기가 EU의 구제금융 지원 여력을 압박할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의 기금 규모는 스페인 구제금융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표면적인 수치와 달리 구제금융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하지 않다며 기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WSJ는 우선 EU가 선전하는 것처럼 쓸 수 있는 돈이 5000억 유로가 아닌 약 3100억 유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증된 EFSF 자금이 4400억 유로지만 실제 지원 가능액은 이보다 명백히 줄어들 것"이라는 EU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나 만기 같은 모든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기금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2500억 유로의 IMF 자금도 실제로 쉽게 지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IMF 참여국들로부터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보증된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한 IMF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3100억 유로가 가용한 최대 규모로 파악됐으며 일각에서는 IMF 지원금을 제외하고 2500억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안정 기금 어떻게 구성됐나=부족 논란이 일고 있는 유럽의 금융 안정 기금은 3년 기한에 총 7500억 유로로 설정돼 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4400억 유로의 EFSF와 IMF 자금 2500억 유로, 600억 유로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이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EFSF는 그리스발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확산됐던 지난 3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설립이 결정됐으며 지난 6월 16개 유로존 국가들이 최종 승인했다. 실제 자금이 모아진 것은 아니고 모든 유로존 국가들이 각각 지급 보증을 한 채권 발행을 통해 지원 자금이 조달된다.

그리스 구제금융 때는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EC를 통해 바이래터럴론으로 1100억 유로를 지원했지만 EFSF는 유로존 국가들이 보증하는 채권 발행을 통해 대출 지원이 이뤄진다. 보증 규모는 나라마다 비중이 다르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1194억 유로로 가장 많은 자금을 지급 보증하고 있으며 이어 프랑스가 897억 유로를 보증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각각 788억 유로, 251억 유로를 보증한다.

EFSF는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받았고, 무디스로부터도 역시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받았다.

EFSF는 유로존 국가들의 소유로 룩셈부르크에 등록된 특수목적 법인이며 클라우스 레글링 전 EC 경제·재정 담당 사무총장이 책임 운용을 맡고 있다. 16개 회원국 정부 관계자들이 EFSF 이사회에 참여하며 EC와 ECB도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사회 의장은 EU 경제 재정 위윈장이 맡고 있다.

◇조건도 있고, 수수료도 있는 EFSF=EFSF는 위기 국가가 반드시 기금 지원을 신청해야 하고 16개 유로존 국가들이 구제금융의 규모와 기간 등을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자금이 지급된다. EFSM의 경우 EU 27개 회원국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EFSF는 또 IMF 구제금융처럼 반드시 조건이 있다. 지원 대상국은 E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 EC와 ECB, IMF가 지원 대상국에 실무진을 파견해 검토한 뒤 3~4주 안에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EFSF에 675억 유로를 신청한 아일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FSF는 발효일로부터 3년 후인 2013년 6월30일 종료되며 유로화를 중심으로 채권을 발행하되 통화 종류의 제한을 갖지는 않는다. 만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EFSF측은 평균적으로 3~5년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금리 역시 명확하게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구제금융처럼 3개월물 유리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년 만기 지원금의 경우 300bp의 수수료가 있고 만기를 1년 연장할 때마다 100bp의 추가 수수료가 있다. 또 운영 서비스 수수료도 50bp로 책정돼 있다.

한편 폴란드나 스웨덴 같은 비(非) 유로 국가들도 자유의사에 따라 EFSF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비 유로 국가가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 비 유로 국가들의 경우 EU의 EFSM과 '재정안정기금'(balance of payments facility)을 이용할 수 있으며 EU에 소속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은 '거시금융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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