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에 주물주물 고소하고 육즙 살아있는 '주물럭'

머니투데이 박경아 월간 외식경영 2010.11.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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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재미있다. ‘주물럭거리다’는 ‘물건 따위를 자꾸 주무르다’는 말이다. ‘주물럭’이라는 이름은 고기를 주물주물 양념하는 모습에서 생겨났다. 이용하는 고기는 쇠고기 등심. 1970년대 후반 생겨 지금껏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 박경아 기자 ?사진 엄태헌 기자

◇ 쇠고기 등심에 참기름, 소금 등을 즉석 양념해
‘주물럭’은 즉석 양념 구이다. 쇠고기 등심에 참기름, 소금, 마늘, 후추 등을 양념해 주물주물 무쳐 손님상에 바로 내간다. 양념은 진하지 않다. 생고기를 먹을 때 느끼는 특유의 느끼함을 없애줄 정도. 갈비 양념처럼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육즙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생고기와 양념고기의 장점을 모은 게 주물럭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고기 부위는 쇠고기 등심을 사용한다. 경제 성장으로 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생기고 소비량이 늘며 만들어진 메뉴가 주물럭이기 때문에 등심이라는 고급부위를 처음부터 썼다.



이름이 처음부터 ‘주물럭’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쇠고기 등심’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박을 두 쪽으로 쪼개 만든 바가지에 고기를 넣고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양념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주물럭’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주물럭이 가장 인기 있었던 때는 1980년대다. 1984년 5월 MBC 9시 뉴스에 '마포 원조 주물럭' 집이 20여 분 나오며 주물럭을 다루기도 했을정도.

◇ 1970년대 마포고등학교 옆 골목에서 생겨나
1970년 후반 마포 중·고등학교 옆 골목은 이른바 ‘주물럭 골목’이었다. 1980년대 그 지역 일대가 재개발되기 전까지 그곳은 주물럭 골목으로 호황을 누렸다. '실비집'에서 주물럭이 인기를 끌자하나 둘 주물럭을 시작해 '마포집', '돌판집' 등 9개의 주물럭 집이 성업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당시 마포 중·고등학교 쪽으로 주물럭 굽는 냄새가 넘어가 학교에서 항의가 들어왔을 정도.


항의를 받고 굴뚝 높이를 높였다고 당시 '실비집', 현 '마포 원조 주물럭' 고수웅 2대 대표는 회상한다.

주물럭 골목은 여의도 개발은 물론 한국 경제 개발의 초창기 역사를 담고 있다. 1970년대 한강이 다리로 이어지며 여의도가 개발되고 여의도, 마포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며 주물럭 골목이 형성되고 부흥했기 때문이다.

주물럭 골목이 사라진 것은 1984년 경, 그 일대가 재개발되면서다. 당시 주물럭 골목에 있던 집들은 인근으로 흩어졌다. 쇠고기 등심을 이용하는 주물럭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삼겹살이나 갈비만큼 대중적이지 않다.

그러나 고소한 참기름에 주물주물 양념한 주물럭 특유의 맛은 예전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오늘의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며 인기를 이어간다.
참기름에 주물주물 고소하고 육즙 살아있는 '주물럭'


? 40년 맛을 간직한 주물럭의 역사 '마포 원조 주물럭'
참기름 냄새가 고소한 주물럭(150g 3만8000원)이 석쇠에 턱 올려 진다. 고기가 꽤 두껍다. 크기도 크다. 그러나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씹힌다. 1+ 등급 이상의 한우 등심이다. 혹자는 이 주물럭을 먹고 ‘아이스크림 같다’고 했다.

양념은 참기름, 소금, 후추 등이다. 배합비가 정해져있다. ‘주물럭’이라는 메뉴를 만든 후 변치 않고 내려오는 양념법이다. 30~40년 전 손님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찾는다. 역사를 먹고 세월을 나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마포 원조 주물럭'은 1971년 마포 중·고등학교 옆 골목에서 '실비집'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꽁치, 두부 등을 구워 팔다 여의도를 개발하고 경제가 성장하며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 돼지고기를 거쳐 쇠고기 등심을 양념해 팔기 시작했다. '실비집'의 인기로 인근에 주물럭 집이 속속 들어섰다.

지금의 자리에는 1996년 7월 이전해 왔다. 세 번째 이전이다. '마포 원조 주물럭'이라는 간판은 1984년 두 번째 이전했을 때부터 사용했다. 메뉴 이름을 ‘쇠고기 등심’에서 ‘한우 주물럭’이라고 적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이전하고 부터다.

고객이 ‘쇠고기 등심’이라고 하면 주물럭인지 몰라 바꿨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표는 3번 바뀌었다. 1대 고정숙, 2대 고수웅 대표를 거쳐 지금은 3대 째로 고기범 대표가 운영한다.

'마포 원조 주물럭'은 현재 주물럭 외에 갈비, 생등심도 함께 한다. 주물럭을 찾는 연령대는 다양하다. 옛날 주물럭 골목에서부터 드나들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오기도 하고 20대 새로운 고객이 찾기도 한다. 그러나 주물럭에는 물론이고 매장 구석구석 전통이 숨 쉰다. 직원만 해도 30년 이상 함께 한 사람들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 45-1 전화 (02)716-3001

?1++ 한우 등심 주물럭이 입에서 살살 '마포 주물럭 왕갈비'
마블링이 훌륭한 1++ 한우 등심이 분당 서현동 '마포 주물럭 왕갈비' 이태형 대표 손에서 주물주물 무쳐진다. 양념은 천일염으로 만든 고운 소금과 참기름, 다진 마늘. 즉석 양념한 주물럭(200g 4만원)을 숯불에 살짝 익혀 입 속으로 가져간다.

생고기의 느끼함도 없고 양념이 고기 맛을 해치지도 않는다. 풍부한 육즙과 특유의 고기 맛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양념. 그게 주물럭의 매력이리라. 이 맛에 주물럭은 찾는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

경기도 분당 서현동 먹자골목에 있는 '마포 주물럭 왕갈비'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포에서 시작했다. 1970년대 옛날 마포 중·고등학교 옆 골목에 주물럭 집이 두 개 있을 때 들어가 시작했다. 당시 상호는 '마포 태순집'. 역시 메뉴는 한우 주물럭이었고 당시 ‘주물럭 골목’이 여의도와 가까웠던 탓에 방송국 직원들이 손님으로 많이 왔다고 한다.

분당으로 이전한 것은 1996년. 워낙 좋은 고기를 사용해 가격이 높다 보니 찾는 사람이 한정돼 이전하고부터는 돼지 양념 갈비와 오겹살 등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메뉴를 갖추고 상호도 바꿨다.

하지만 30여 년전 '마포 태순집'의 주물럭을 먹던 고객들은 지금도 일부러 찾아와 그때의 주물럭을 즐긴다고. 다른 고기 메뉴와는 다르게 주물럭은 계산대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있게 썰어 양념해 내간다. 주물럭을 썰고 양념하는 일은 오직 대표 내외만 한다.
30년이 훌쩍 넘는 손맛도 '마포 주물럭 왕갈비'의 주물럭 맛을 더하는 요소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83-3 전화 (031)701-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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