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03년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 방식이다. 당시 신한은행은 옛 조흥은행과 3년여의 통합 기간을 갖고 2006년 4월1일 '통합 신한은행'으로 정식 출범했다.
◇하나금융, 신한은행 방식 따른다=하나금융이 염두에 둔 신한은행 방식은 '감성통합'이다. 신한은행은 당시 은행장이었던 신상훈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7,700원 ▼450 -0.93%)) 사장 공동 경영 체제하에서 두 은행의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부터 했다. 시스템과 조직 체계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심리적인 거리감 해소를 위해 다양한 감성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통합을 몇 개월 남겨 놓고는 각 은행 직원들을 교차 발령 내 함께 일하게 했다. 직원들을 물리적으로 합치지 않고 감성이 통하는 화학적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 통합 사례는 누가 봐도 성공한 것이다"며 "이질적인 조직이 합쳐졌지만 3년 간 직원 간 공감대 형성은 물론 성공적인 통합이라는 공동의 비전 달성 의지를 고취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銀 직원들 "HSBC 내부 통합이 우선"= 하나은행 직원들은 이 같은 경영진의 생각에 반기를 들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보다 내부 통합이 급선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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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그동안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을 인수,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진정한 통합은 요원하다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 출신에 대한 직급체계, 급여체계가 달라 갈등이 심하다는 비판이다. 또 내부적으로 어느 은행 출신이냐에 따라 '성골', '진골' 등의 수식어가 붙는 등 직원 간 위화감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스갯소리로 하나은행을 그동안 합쳐진 은행의 영문이름 앞글자만 따서 'HSBC(하나+서울+보람+충청은행)'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서로 이질적인 조직문화가 얼마나 융합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극렬한 반대 움직임도 부담이다.
결국 이 같은 배경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내부 통합을 완전하게 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갈등의 골은 더 커질 것"이라며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통합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고 말했다.
◇"하나+외환, 시너지 효과 클 것"= 금융계에선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은행이 그동안 프라이빗 뱅킹 등 리테일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 반면 외환은행이 외환과 기업금융에 특화됐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외환 관련 전산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인데다 전문 인력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하나은행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영업력을 토대로 외환은행과 영업 극대화를 시킬 수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리테일을 비롯해 기업금융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