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11월19일(17: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58,000원 ▲1,000 +1.75%)가 금융산업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감안할 때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최소 2조원 이상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다만 채권시장에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발행 규모를 감안했을 때 3조원 가량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최대 5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외환은행 매입대금을 감안했을 때 2조원을 유상증자하면 120%를 소폭 하회하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으로 2조원을 조달해야 한다.
M&A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3조원에 가까운 증자 없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답이 없는 인수 계획"이라며 "회사채와 하이브리드채권 등을 발행을 늘릴 경우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가 순탄하게 진행될 지 여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2~3조원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지난해 M&A를 위해 1조5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테마섹이 이탈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까지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우려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 대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유증에 참여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물론 수수료를 정상적인 수준보다 과다하게 줄 것을 감내한다면 총액인수 방식으로 참여할 투자은행(IB)을 구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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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유증을 할 수 밖에 없음에도 유상증자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주가를 현 수준에서 유지시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증 이외에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상환우선주나 전환상환우선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정관상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내, 향후 통합은행의 연간 이익 창출능력에 따라 상환우선주 발행을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우선주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으로 이어져 유상증자의 대안이 되긴 어렵다.
외부조달을 가로막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하나은행이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해 1000억원 대의 매각 차익을 챙겼지만 도리어 현대건설이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시기가 현대그룹의 인수금융 마련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이 현대그룹으로 빨려 갈 경우,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에 차질을 겪을 게 뻔하다. 현대그룹은 유상증자와 유동화 등을 통해 4조원 가량을 시중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 30%를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FI의 손을 빌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면 최소한 3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배당 받아 FI들에게 상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직접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2조8170억원(주당 1만3000원)~3조400억원(주당 1만4000원)에 불과하다. 금액만 놓고 보면 유상증자 없이 하나은행으로부터의 배당과 하나금융지주의 채권 발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건은 FI들과의 계약 조건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변동성, 특히 주가 하락 우려로 FI들이 최소 수익 보장을 요구할 경우, 이를 부채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최소 수익을 보장한다면, 사실상 채권을 발행한 것과 같다. FI들에게 최소한의 개런티를 보장해줄 경우 별도로 공시도 해야 된다. 금융당국이 부채로 볼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하고 지주사의 자본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하나금융지주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외환은행이 인수에 따른 득과 실을 따지기에 앞서 실탄마련부터 난항에 처해있는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안팎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 모아야만 외환은행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을 선택한 것이 맞다는 것은 대형화 이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며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격해진 건전성 잣대로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