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EB인수 '투자자 확보'가 관건

더벨 김민열 기자, 황은재 기자 2010.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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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M&A②]채권발행 소화력 감안해 증자 3조는 해야..FI모집 후 인수 가능성도

더벨|이 기사는 11월19일(17: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58,000원 ▲1,000 +1.75%)가 금융산업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감안할 때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최소 2조원 이상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다만 채권시장에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발행 규모를 감안했을 때 3조원 가량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투자자 확보. 하나금융 주가는 '유상증자 노이로제'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유상증자에 민감하다. 대주주의 이탈 우려 등으로 유상증자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주주들이 동의할 지 여부도 변수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조달과도 겹친다.

최대 5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외환은행 매입대금을 감안했을 때 2조원을 유상증자하면 120%를 소폭 하회하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으로 2조원을 조달해야 한다.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 일반 회사채로 나눠 발행한다고 해도 2조원어치 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되기는 버겁다는 게 채권시장의 평가다.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늘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대 3조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3조원에 가까운 증자 없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답이 없는 인수 계획"이라며 "회사채와 하이브리드채권 등을 발행을 늘릴 경우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가 순탄하게 진행될 지 여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2~3조원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지난해 M&A를 위해 1조5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테마섹이 이탈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까지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우려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 대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유증에 참여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물론 수수료를 정상적인 수준보다 과다하게 줄 것을 감내한다면 총액인수 방식으로 참여할 투자은행(IB)을 구할 수는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유증을 할 수 밖에 없음에도 유상증자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주가를 현 수준에서 유지시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유증 이외에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상환우선주나 전환상환우선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정관상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내, 향후 통합은행의 연간 이익 창출능력에 따라 상환우선주 발행을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우선주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으로 이어져 유상증자의 대안이 되긴 어렵다.

외부조달을 가로막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하나은행이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해 1000억원 대의 매각 차익을 챙겼지만 도리어 현대건설이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시기가 현대그룹의 인수금융 마련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이 현대그룹으로 빨려 갈 경우,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에 차질을 겪을 게 뻔하다. 현대그룹은 유상증자와 유동화 등을 통해 4조원 가량을 시중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 30%를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FI의 손을 빌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면 최소한 3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배당 받아 FI들에게 상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직접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2조8170억원(주당 1만3000원)~3조400억원(주당 1만4000원)에 불과하다. 금액만 놓고 보면 유상증자 없이 하나은행으로부터의 배당과 하나금융지주의 채권 발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건은 FI들과의 계약 조건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변동성, 특히 주가 하락 우려로 FI들이 최소 수익 보장을 요구할 경우, 이를 부채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최소 수익을 보장한다면, 사실상 채권을 발행한 것과 같다. FI들에게 최소한의 개런티를 보장해줄 경우 별도로 공시도 해야 된다. 금융당국이 부채로 볼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하고 지주사의 자본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하나금융지주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외환은행이 인수에 따른 득과 실을 따지기에 앞서 실탄마련부터 난항에 처해있는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안팎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 모아야만 외환은행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을 선택한 것이 맞다는 것은 대형화 이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며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격해진 건전성 잣대로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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