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종자돈' 빼서 KEB 인수하나

더벨 김민열 기자, 황은재 기자 2010.11.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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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M&A①]유상증자 안할 경우 하나은행 자본건전성 하락 불가피할 듯

더벨|이 기사는 11월19일(16:5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58,700원 ▼1,000 -1.68%)가 유상증자를 배제하고 외환은행 (0원 %) 인수를 추진할 경우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자기자본비율 하락)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잉여금이 외환은행 인수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에 나설 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규모 외부차입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에 미온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상증자를 배제한다면, 하나금융지주는 외부차입과 그룹 내부자금을 동원해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지주는 부채비율 상승 부담을, 하나은행은 자본적정성 하락 위험을 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예상가액은 4조6000억~4조7000억. 4조원대 후반은 론스타가 보유한 51.02%의 지분 시가에 경영권프리미엄 10%를 더한 단순 계산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태그얼롱(Tag Along) 옵션을 가지고 있는 2대주주 수출입은행 지분 6.25%도 사야 한다. 이 경우 5조7000억원은 확보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은 '하나금융과 론스타간의 협상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매각하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고 별도 매각시 실무적인 번거러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주당 1만3000원에 론스타와 수출입은행 지분을 시가로 환산하면 전체 인수대금은 5조2820억원(경영권프리미엄 10% 포함)에 이른다. 주가가 1만4000원까지 오른다면 하나금융은 4000억원 가량을 더 써야 한다. 지난 3개월간 외환은행 주가 평균은 1만3000원대 초중반. 외환은행 경영권 매각이 막바지에 이를 경우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나금융이 5조7000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과한 게 아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9월말 현재 8300억원. 채권 만기에 대비해 먼저 채권을 발행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1500억원 규모의 수익증권을 환매하는 등 지주 내부자금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1조원을 크게 넘기기 쉽지 않다.

결국 인수자금을 대부분 그룹내 계열사와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을 빼면, 자회사에 대한 대출금(하나캐피탈 1900억원) 회수 등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다른 계열사에서 끌어 쓸 자금은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무한대로 빌릴 수도 없다. 일반 회사와 달리 금융지주회사의 레버리지 비율은 경영건전성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는 기업의 부채비율보다는 이중레버리지 비율를 사용한다. 지주회사의 자본가치 대비 자회사의 장부가치 비율로, 지주회사의 출자 가능 규모를 규정하고 있다.



이 비율이 120% 아래일 경우 규제당국으로부터 1등급을 받는다. 비율이 높을수록 외부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분기말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17%로 1등급을 겨우 맞추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이 비율을 130%까지 늘린다고 하면 1조2730억원이 외부에서 차입할 수 있는 규모다. 그래도 인수예상 가액에 3조7000억원이 부족하다.

유상증자를 배제하면 하나금융지주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가장 유력한 방법이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이익유보금을 배당금 형태로 빼오는 것(자기자본비율 하락)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이 같은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종열 사장이 내부적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이 2조원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6월말 현재 하나은행은 5조4190억원의 이익유보금을 쌓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 전부를 배당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당이 클수록 하나은행의 자본은 그만큼 줄어든다.

현재 하나은행의 Tier 1 비율은 11.96%, BIS 비율은 15.33%으로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배당 규모가 커질수록 이 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감독기준인 BIS비율 12%, Tier 1 비율 8%만 만족시키는 수준으로 하나금융지주에 배당할 경우 최대 2조5800억원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하나은행 자기자본 비율의 큰 폭 하락은 지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단 감독당국의 눈치가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위기 이후 레버리지를 줄이고 자본확충에 주력하는 다른 은행들과 정반대의 길이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지주가 은행으로부터 배당받을 수 있는 수준은 금융위기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은행에 수혈해 준 1조6000억원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1조6000억원이 하나금융지주에 배당되면 그만큼 자본금이 늘고 하나은행의 장부가치 하락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87.5%까지 떨어진다. 3조8780억원을 차입해도 현재 수준인 120%를 맞출 수 있게 된다. 하나은행의 Tier 1 비율과 BIS비율도 9.89%, 13.26%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Tier 1 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조5000억원만 배당 받으면 된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의 Tier 1과 BIS 비율을 두자리로 유지해, 자본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총 2조5000억원(배당 1조5000억원)가량이다. 하나대투증권 건물 매각대금 2500억원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3조2000억원 정도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120% 목표)을 감안했을 때 전액 채권 발행으로 할 수도 있다. 연내 만기도래액 8000억원을 감안하면 무려 4조원 어치를 발행해야 한다.

단기간에, 그것도 연말을 앞두고 4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하나금융지주로서도, 이를 소화해야 하는 채권시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투자자 모집에서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조달비용이 하나금융지주의 예상 이상으로 상승할 여지도 있다.

전문가들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유상증자 규모는 최소 2조원에서 3조원은 돼야 한다고 M&A 시장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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