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빌딩 중에도 명당이 있다?

머니투데이 뉴시스 2010.11.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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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도심 빌딩에도 명당(明堂)이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에는 청와대가 있지만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에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국회의사당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는 각 정당들의 당사와 의원 연구모임, 각종 정치관련 단체들이 운집해 있는 만큼 여의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 정치 1번지로 꼽힌다.



지난 15대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과 16대 노무현 대통령,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곳 역시 여의도였다.

◇ 2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최대 명당 자리는?



정치 1번지 여의도 중에서도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장소는 국회의사당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지금은 한나라당 당사가 있는 여의도 한양빌딩은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며 10년 만에 재집권의 한을 풀어준 '정치 명당'이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는 새정치국민회의가 입주하면서 대권 4수에 나섰던 김대중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도 했다.


명당의 위력은 2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2003년 이 건물에 입주했던 민주노동당은 다음 해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을 배출, 진보정당사의 새로운 획을 긋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사무처 직원은 "한양빌딩은 봉황이 알을 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자리라고 모든 풍수지리학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명당 중에서도 명당"이라며 "2008년 18대 총선이 1년도 넘게 남아 있을 때부터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한양빌딩으로의 당사 이전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결국 2007년 6월에야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의도 '정치명당'

최고 명당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금계포란'의 기운을 쐬고 있는 주변 명당들도 유명하다.

한양빌딩 바로 옆에 위치한 금강빌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때 사무실을 차렸던 곳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놓고 당내 경선에 뛰어든 노 전 대통령은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인제 후보를 이기고 민주당의 후보가 됐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금강빌딩 맞은편 용산빌딩에 대선 캠프를 차렸던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당내 후보경선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박근혜 전 대표를 눌렀다.

이외에도 용산빌딩 바로 옆 대하빌딩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선 사무실,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고건 전 총리와 조순 전 부총리의 후보 사무실이 각각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줄줄이 낙방한 정치적 비운의 빌딩

한, 두 블록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치 명당들과는 대조적으로 비운의 장소로 꼽히는 빌딩도 있다.

한양빌딩과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는 극동VIP빌딩에는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당사가 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후보로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도 했지만, 1995년 지방선거와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참패했다.

또 15대 대선을 앞두고는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 국민신당을 창당한 이인제 의원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지만 대선에서 3위로 낙선했고 이듬해 열린 재보궐 선거에서는 단 1곳도 승리하지 못해 1년 만에 당을 해체하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호남권 대표 주자를 자처하고 나선 김대식 후보가 극동VIP빌딩에 사무실을 차렸지만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원래 이 빌딩은 같은 블록에 있으면서도 유독 다른 건물에 비해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이겼다가 IMF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빌딩의 영험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갔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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