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도 바꿀 M&A 이번주 갈린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11.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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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외환銀 인수협상 막바지… 우리금융 6.5조 모아 '독자민영화'

국내 금융권 지도를 뒤바꿀 은행권 대형 인수·합병(M&A)의 향배가 이번 주 윤곽을 드러낸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정부의 인수의향서(LOI) 접수도 오는 26일 마감된다.

하나금융이 막판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틀면서 막판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관심은 우리금융 매각 작업의 성공 여부로 모아진다. 복수의 입찰 참여 등 유효 경쟁요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민영화가 표류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시장에선 '제3의 인수 후보' 참여와 함께 정부의 '수의계약'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성공할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실사를 마친 뒤 최대주주 론스타와 지분 51.02% 인수를 위한 가격협상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중 양자택일 하겠다"며 시한을 26일로 못 박았다.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이다. 론스타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미지만, 무게 추는 외환은행으로 쏠려 있다. 하나금융 측은 "8부 능선을 넘었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따라서 하나금융이 가격협상에 성공하면 이르면 23~24일 께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가격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시장가치(4조23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4조5000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재무적투자자(FI) 유치 후 상환우선주 발행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후엔 하나금융 지주사 내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별도로 두는 '투 뱅크'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발과 무리한 합병 추진이 몰고 올 후폭풍을 두루 감안한 것이다. 하나금융(자산 200조원)이 외환은행(116조원)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 316조원대의 국내 3위권 대형 금융지주사가 탄생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융권의 유례없는 재편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가격'이 문제= 우리금융 매각 구도도 출렁이고 있다. 지금까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틀며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일각에서 민영화 무산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금융이 '단독 입찰'할 경우 경쟁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이번 M&A가 유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금융 인수 후보들의 면면은 이번 주말 LOI가 접수되면 드러난다.

시장에선 외국계 금융회사나 국내외 사모펀드 등이 제3의 후보로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유럽계 은행 등 6~7곳은 우리금융에 M&A 관련 티저(Teaser) 레터를 받아갔다. 중국 공상은행이 광주은행 인수 의사를 금융당국에 타진했듯 뜻밖의 외국계 인수 후보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소 입찰 규모가 4%인 만큼 우리금융 외에 인수 후보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 때 유효 경쟁 입찰 여부를 판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우리금융이 단독으로 들어올 경우 민영화 목적과 맞으면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을 적용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민영화 작업이 불발되면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는 탓이다. 이 경우 우리금융이 제시할 가격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일단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 민영화를 위한 투자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금융이 정부 지분(56.97%)을 모두 사려면 7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은 지금까지 거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우리사주조합, 해외 FI 등을 통해 6조5000억 원 수준의 투자의향을 확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22~26일엔 우리사주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들어가는 12월 중순까지는 7조원 이상의 투자의향서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분 9% 이상을 투자하는 주요 주주단에 '사외이사' 자리를 보장해 민영화 후 고객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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