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자금 1.2조 출처 '갈수록 아리송'

머니투데이 신수영, 김지민 기자 2010.11.19 16:53
글자크기

현대상선 주식담보 대출은 3000억 정도 가능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35,150원 ▼250 -0.71%) 인수 자금 가운데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자금 1조2000억원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지분에 대한 인수 가격으로 5조5100억원을 제시, 내년 3월까지 이를 현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문제는 이 중 현대상선 (15,280원 ▼320 -2.05%)을 예금주로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2000억원의 출처다. 현대상선 주식을 담보로 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상선 시가총액이 4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은 너무 많다는 점에서다.

현대그룹은 당초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이 은행에서 약 3000억원을 빌릴 것으로 관측됐다.



현대그룹 현대엘리베이 (40,050원 ▼50 -0.12%)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3153만여주(20.6%)로 1조원 안팎의 규모다. 이 주식을 담보로 할 경우, 담보가액의 40~50%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해 3000억원 정도가 대출 규모로 무난하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현대그룹 측이 제시한 증빙서류에는 이를 훨씬 넘는 1조2000억원의 금액이 들어 있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매각 상황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담보 대출 성격의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금은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 등을 담보로 이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구조가 복잡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현대그룹 재무구조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금리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만일 현대상선 주식을 담보로 나티시스은행 측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현대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외에 현정은 회장이 1.51%를 보유하는 등 40% 이상의 현대상선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동양종금에서 7000억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분을 총동원할 경우 조달이 가능하지만 이 정도로 모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 노조는 이 1조2000억원이 현대상선 지분 4.06%를 보유한 넥스젠캐피탈 측에서 온 자금일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넥스젠캐피탈의 성향으로 볼 때 1조2000원을 차입, 또 다시 현대그룹에 대출했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건 옵션계약은 당연한 것이고 현대그룹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 외에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7,370원 ▲10 +0.1%) 주식이 담보로 제공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9월 말 기준 지분율은 23.17%로 약 4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주식은 지난 9일 현대상선에서 1600억원 단기 차입을 하며 담보로 설정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과적으로 현대상선 주식담보대출을 전제로 했을 때 현대그룹 측에서 1조2000억원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 이에 따라 1조2000억원에 대한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담보대출이 아닌 M&A 차입인수(LBO) 금융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대그룹 측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활용 가능한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티시스와 현대그룹 측이 현대건설 (35,150원 ▼250 -0.71%) 인수전 승리를 전제로 현대건설 주식 등을 담보로 했을 것이란 추측마저 나온다. 단, 채권단이 인수 과정에서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해 현대건설 핵심 자산과 주식 등의 처분을 2년간 제한할 예정이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현재 현대그룹 측은 자금 조달 관련 사항은 주식매매 계약(SPA)이 완료된 뒤 밝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금 출처가 떳떳하다면 굳이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SPA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의혹을 키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주식을 담보로 했다면 그룹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며 "불리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건설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