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인수는 연애처럼, 김회장 승부수 통할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정진우 기자 2010.11.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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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우리금융 대신 외환은행 딛고 빅3로 부상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63,200원 ▼400 -0.63%)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뛰어들 거란 예상을 깨고 외환은행 (0원 %)을 인수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김 회장의 예상 밖 전략에 금융당국은 물론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금융권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탓이다.



얽히고설킨 매각 및 인수 주체들은 김 회장의 포석을 해석하며 대응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M&A는 '쿨'하게"=김 회장은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8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주식 51%에 대한 '구속력 없는 업무협약(non-binding MOU)'을 체결했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실사나 가격협상 도중 협상이 결렬돼도 불이익이 없는 인수·합병(M&A)의 첫 번째 단계인 낮은 수준의 협약을 맺었다는 의미다.

'그동안 외환은행에 대한 언급이 없지 않았냐'는 물음에 평소 인수·합병(M&A)을 연애에 비유해온 김 회장은 "데이트한 것까지 말할 수 없다"며 "M&A는 정말 쿨(Cool)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전에 "대놓고 연애한다는 사람치고 결혼하는 것 못 봤다"고 한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인수자금 규모와 조달방법에 대해선 "지금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금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정말 '쿨' 했다. 지난 9월8일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 선정을 거쳐 10월 30일 입찰 공고가 있었지만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내세우며 이를 적극 홍보하고 신속하게 움직인 우리금융과 대조적이었다.


입찰공고 후 M&A 자문사 선정 의지는 밝혔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우리금융 매각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인 26일이 다가왔지만, 임원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 우리금융의 움직임을 보고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회장 역시 "우리가 M&A에 참여하는 건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M&A 참여 여부는 자신들의 선택인데, 언론에서 왜 자꾸 빨리 움직이지 않느냐고 몰아붙이지 말라는 투였다.

2007년 국민은행과 맞붙어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김 회장이다.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며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회장의 노림수는?=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차지하면 국내 금융권 판도가 달라진다. '유효경쟁 입찰'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허를 찔린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이 당혹스러워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 변수가 많고,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점을 감안했을 거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독자생존 의지가 너무 강해 자칫 경쟁이 격화되면 대통령 측근들의 분란과 특혜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했을 거란 설명이다.

김 회장의 노련한 수읽기란 해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이 빠진다고 KB금융지주나 신한지주 (47,800원 ▼350 -0.73%)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처지도 못된다.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는 다른 후보자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찰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가 분산 매각할 가능성도 떨어진다.

결국 민영화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그 사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 1~2년 시간을 벌며 덩치를 키울 수 있다. 그런 뒤 우리금융과 충분히 대등 합병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오는 26일 안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물론 모든 결정을 내리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은 우리금융 매각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이다. 외환은행 인수협상 결렬 시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열어뒀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평소 김 회장의 행동을 볼 때 이번 승부수가 심상치 않다"며 "ANZ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인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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