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우리 KB 이어 3위..신한은 4위로

머니투데이 신수영 오상헌 정진우 기자 2010.11.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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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發 금융지각변동, 우리금융 민영화 어떻게?

하나금융지주 (63,000원 ▼600 -0.94%)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으로 국내 금융권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합병을 '1순위'로 염두에 뒀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금융권도 4대 금융지주(KB 우리 신한 하나)가 경쟁하는 '4강 체제'로 전환돼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우리금융이냐 외환은행이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6일 외환은행 인수 추진과 관련해 "오는 26일까지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중 양자택일하겠다"고 말했다.



26일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 접수 마감 시한이다.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지분율 51.02%)와 이 때까지 협상을 끝내되 지분 매입 협상이 결렬될 경우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M&A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그러나 김 회장이 이례적으로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적, 정치적 제약이 큰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포기하고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 8월부터 호주 ANZ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가격 차이로 인해 협상이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에 시가보다 10%가 넘는 프리미엄을 약속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일 종가(1만2650원)를 기준으로 하면 4조6000억원에 해당하는 인수 가격이다. 빠른 시일 안에 최대한의 매각 차익을 내려는 론스타로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 하나금융發 지각변동, 은행권 재편 불가피=금융권에선 벌써부터 '하나금융발(發)' 지각 변동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자산 규모 200조원(올 3분기말 기준)인 하나금융이 자산 116조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316조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가 탄생한다. 신한금융지주(310조원)를 훌쩍 넘어서고 우리금융(332조원) KB금융(329조원)보다는 다소 작은 덩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 분야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고 외환은행은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에 강한 데다 맨파워도 뛰어나 두 은행이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해 경쟁 지주사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양측의 협상 단계가 넌바인딩(Non-binding. 구속력없는) 양해각서(MOU) 체결 수준이란 걸 감안하면 실사 후 가격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금융과 합병을 성사시키면 자산 규모 532조원의 글로벌 금융사가 탄생하게 된다. 국내 금융권은 리딩뱅크인 합병법인이 선두에 서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뒤따르는 '1강2중'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갈 길 간다", 민영화 무산 우려도= 당혹스러운 건 정부(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이다. 하나금융이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불참하게 되면 '흥행'이 실패로 돌아가고 M&A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크다.

과점주주 체제의 민영화를 준비 중인 우리금융 외에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유효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위와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급작스러운 하나금융의 '유턴'에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의 행보와 무관하게 '제 갈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핵심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입찰을 하든 안 하든 우리금융은 계획대로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예정대로 26일까지 투자자들을 모아 LOI를 접수하고 다음 달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영화 자체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당황하며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게 '유효 경쟁입찰' 성립 여부인데 하나금융이 중간에 빠지면 유찰 우려가 없지 않다"며 "독자 민영화는 물론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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