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왜 외환銀 인수로 급선회했을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정진우 기자 2010.11.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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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우리금융 합병 제약, 외환銀 '선순위'… "M&A만이 살길" 생존위한 '선택'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급선회한 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둘러싼 여러 부정적 여건을 두루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애초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나금융의 덩치(자산 200조원)로는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권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컸다.



김승유 회장이 16일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M&A는) 언제든지 여러 대안을 다 같이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외환은행 인수 검토를 해오다 이번에 구체화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금융은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시 외국 자본(론스타)의 '먹튀'를 도울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지난 7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확정된 후부터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쪽에 무게를 두고 물밑에서 M&A를 준비해 왔다. 우리금융(332조원)과 합하면 단숨에 국내 리딩뱅크(532조원)에 오를 수 있는 데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우리금융과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질 법적, 정치적 논란이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병 시 상대방이 될 우리금융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특혜 시비가 꾸준히 거론돼 온 탓이다.

아울러 합병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법적 장애도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틀게 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기 위해선 여러 규제와 법적인 절차, 정치적 논란 등을 극복해야 한다"며 "차라리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도 이날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외국계가 사는 건 괜찮고 국내에서 사는 건 좋지 않다는 인식에 대해선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론스타가 호주 ANZ은행을 상대로 진행해 온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양측 간 가격차이로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하나금융의 입지가 넓어진 측면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1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하나금융의 입장과 최대한 많은 매각차익을 남기고 조기에 한국 금융시장을 떠나려 하는 론스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프라이빗뱅킹과 소매금융(하나),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외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현재 구속력이 없는 넌바인딩(Non-binding) 양해각서(MOU) 체결했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많다. 실사 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M&A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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