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은 애초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나금융의 덩치(자산 200조원)로는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권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컸다.
하나금융은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시 외국 자본(론스타)의 '먹튀'를 도울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지난 7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확정된 후부터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쪽에 무게를 두고 물밑에서 M&A를 준비해 왔다. 우리금융(332조원)과 합하면 단숨에 국내 리딩뱅크(532조원)에 오를 수 있는 데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울러 합병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법적 장애도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틀게 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기 위해선 여러 규제와 법적인 절차, 정치적 논란 등을 극복해야 한다"며 "차라리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도 이날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외국계가 사는 건 괜찮고 국내에서 사는 건 좋지 않다는 인식에 대해선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론스타가 호주 ANZ은행을 상대로 진행해 온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양측 간 가격차이로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하나금융의 입지가 넓어진 측면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1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하나금융의 입장과 최대한 많은 매각차익을 남기고 조기에 한국 금융시장을 떠나려 하는 론스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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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프라이빗뱅킹과 소매금융(하나),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외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현재 구속력이 없는 넌바인딩(Non-binding) 양해각서(MOU) 체결했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많다. 실사 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M&A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