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현대차가 인수할 줄 알았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0.11.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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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애널리스트들 현대건설 매수 추천, 결과에 '당황'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거라고 확신한 게 패착이었습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34,250원 ▼850 -2.42%) 인수 후보로 결정되자 건설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혼란에 빠졌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으로 피인수를 전제로 매수를 권해왔기 때문이다.

16일 현대건설 채권단은 인수가 5조5000억원을 써낸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건설 주가는 하한가로 급락했다. 현대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걸려들어 차입금 상환에 현대건설의 자산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호그룹과 대우건설의 '잘못된 만남'을 상기하는 듯하다.



당황하기는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 거의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현대건설을 매수 추천했기 때문이다. 해외 수주가 활발히 일어나고 국내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근거다. 여기에는 현대차그룹에 피인수 될 거라는 전재가 깔려 있었다. 향후 투자전략을 짜기가 난감한 상황에 몰리자 의견 개진을 미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전부터 고민 중이지만 답이 안나온다. 사라고 해야 할지 팔라고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현대그룹이 써낸 가격이 결코 싸지 않고 재무적 투자자들과 어떤 형태의 계약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과 같이 매수를 추천하기가 곤란하다"며 "이런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매수를 추천한 건 섣부른 행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진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증권이 주축이 돼 인수 자금을 모으고 전체 인수대금 중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20%정도를 끌어온 것은 당초 예상보다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현대 계열사들의 영업에 의한 현금 창출 능력이 차입을 상환하는 데 지장이 없는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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