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치 PC에 독설한 잡스 맞는지 두고봅시다"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2010.11.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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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치 태블릿PC '플레이북' 공개한 발실리 '리서치 인 모션' CEO

"7인치 PC에 독설한 잡스 맞는지 두고봅시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맞는지 한번 두고 봅시다."

  10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20층 접견실에서 만난 캐나다 ‘리서치 인 모션(RIM·림)’의 짐 발실리(49·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자그마한 태블릿PC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잡스 애플 CEO가 화면 대각선 길이가 7인치(17.8cm)짜리인 태블릿PC는 경쟁력이 없다고 했는데, 시장 예측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네요."

  그의 손에 들린 기기는 림이 지난 9월 말 공개한 ‘플레이북’이었다. 화면 크기가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같은 7인치다. 잡스는 지난달 공개 석상에서 7인치 태블릿PC에 대해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크고,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9.7인치)와 경쟁하기에는 너무 작다. 시장에 도착 즉시 사망(DOA, dead on arrival)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발실리 CEO는 이를 반박이라도 하듯이 플레이북을 활용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동하는 멀티태스킹을 기자 앞에서 시연해 보였다. 또 한 손바닥 위에서 이 기기를 위로 살짝 던져 보이며 "크기가 작아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이렇게 가볍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림은 일찍이 2001년 블랙베리를 출시해 새로운 시대를 연 스마트폰의 원조다.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보물 1호’로 꼽아 화제가 됐다. 발실리 CEO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고 1992년부터 마이크 라자리디스(48)와 함께 RIM의 공동 CEO를 맡아 왔다.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참석차 방한한 그는 국내 언론과 처음 인터뷰에 나섰다.

-태블릿PC의 화면 크기를 두고 잡스와 대립각을 세웠는데.



"잡스의 말대로라면 7인치 태블릿PC에 입력할 때는 (화면이 작아서)손가락을 가늘게 만들고, 볼펜의 끝을 이용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아이패드의 입력방식과 무슨 차이가 있나. 개발 전에 시장 분석을 한 결과로는 7인치 태블릿PC가 최적의 미디어 태블릿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시장에서 결판날 것이다. 한국에는 내년 2분기쯤 플레이북을 출시할 생각이다."

 -블랙베리가 앞선 사무용 시장에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경쟁은 불가피하다. 블랙베리만의 가치를 창조하는 게 중요하다. 비즈니스를 위한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수퍼 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용 앱 개발 플랫폼도 최근 공개했다."


-국제적 명성에 비해 한국에서는 블랙베리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한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은 북유럽·북미와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이 가장 빠르게 크는 곳이다. 또 소비층이 매우 섬세하게 세분화돼 있어 마케팅 전략을 쉽게 짤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 무(無)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시장 선두주자로 우뚝 선 저력을 한국 시장에서도 보여주겠다."

 -보편화돼 가는 터치 입력방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키패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시장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입력의 정확성과 신속성 등 여전히 키패드의 강점이 있다. 최근에 ‘스톰2’라는 풀터치 방식의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입력방식의 기기를 계속 선보이겠다."

 -블랙베리를 통해 오가는 정보를 국가기관이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문제가 됐다. 정부의 서버 공개 요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텐데.

 "블랙베리의 최대 장점인 보안성이 오히려 곤혹스러운 일을 야기했다. 림은 해당 국가의 법률에 어긋나는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국가의 법률에 맞춰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은 어떻게 대비하나.

 "개발자가 만든 앱을 누가 얼마나 쓰는지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면 앱 개발자들이 광고하는 회사를 직접 찾아 접촉하면서 독자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림이 광고 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광고회사를 인수할 계획도 없다."

 -G20 비즈 서밋에서 어떤 점을 공유해야 하나.

 "예측 가능하고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환경·보안 시스템 등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쇼크를 없애자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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