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화 비자금 규명 주력…차명계좌 명의자 줄소환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10.11.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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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간 부당거래 여부 및 대한생명 인수건도 조사‥태광 수사는 '주춤'

한화·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한화그룹이 비자금 관리용으로 이용한 차명계좌 50여개의 명의자들을 줄 소환해 비자금의 규모와 자금 출처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최근 차명계좌 명의자인 김수기(67) ㈜한화 사외이사와 백승태(64) 전 한화석유화학 상무 등 전·현직 그룹 계열사 임원 10여명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지난 9일과 10일에는 이영웅(69) 전 한화파이낸스 대표이사와 정해영(50) 한컴 상무보를 불러 명의를 빌려준 경위와 비자금 규모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또 그룹 비자금 관리처로 지목된 한화증권의 이용호(56) 대표도 지난 8일 재소환해 비자금을 어떤 식으로 관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특히 검찰은 그룹 본사와 계열사, 관계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수백상자 분량의 회계서류 등 압수물 분석 작업에도 속도를 내며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현재 검찰은 한화 측이 비자금 관리용 차명계좌로 수백억원대의 부외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김승연 회장의 개인 비자금인지, 아니면 그룹 측이 조직적으로 관리한 비상자금인지를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수사 착수 당시 검찰에 비자금 관리용 차명계좌 50여개를 제출하면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금으로 장기간 관리가 안된데다 액수도 미미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차명계좌에서 뭉칫돈이 수시로 이동한 흔적을 발견,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초점은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며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는 나중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은 나머지 차명계좌 명의자들도 줄 소환해 그룹 측이 비자금을 어떤 식으로 조성해 관리했는지를 파악한 뒤 비자금의 사용처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비자금 수사와는 별도로 김 회장의 친인척과 전직 임원진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사들과 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그룹 측이 계열사와 협력사 간의 거래 과정에서 부당지원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2일 그룹 계열사인 엔에이치엘개발㈜과 ㈜드림파마, 협력업체인 ㈜한익스프레스와 ㈜씨스페이시스를 동시에 압수수색해 거래내역 등이 담긴 문서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 분석 작업을 벌이는 한편 유중식(51) 엔에이치엘개발 대표와 오병규(58) 전 웰로스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또 지난 8일에는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의 한영교(55) 이사를 불러 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건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2년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 지분 51%를 한화그룹에 매각할 당시 부외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인수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초 2차례에 걸쳐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건을 담당했던 예보 팀장급(3급) 간부 진모(44)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매각 이후 관련 업무를 담당한 예보 책임역 남모(41)씨에게도 소환 통보를 했다. 검찰은 예보 실무진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인수과정 전반을 파악한 뒤 불법행위가 의심되면 재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편 급물살을 타던 태광그룹 비리 수사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비자금 관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호진(48) 회장 모친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오용일(60) 태광산업 부회장 등 그룹 핵심 임원들을 잇따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최근 들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그룹 비자금 조성·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대한화섬 박명석(61) 사장을 최근 2∼3차례 불러 조사하고 10일에는 태광산업 이모(54) 이사를 재차 소환해 조사했다.

일단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각종 자료와 관련자 조사내용을 토대로 비자금의 줄기를 찾아낸 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상무 등 오너 일가를 소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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