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판단은 옳은 것이었을까. 우리 모두는 이와 유사한 실수를 자주 범하곤 한다. 연상 내용이 포지티브하다는 것만으로 기업 이미지가 잘 구축됐다고 단정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만일 기업가치를 더욱 증대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니 그보다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이미지가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 '혁신적인 기업'이었다면 앞에서 나타난 조사결과는 기업의 위기와 침몰을 예고하는 심각한 내용이 된다.
이미지 관리의 핵심은 나에게 필요한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다.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올바른 이미지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종이기저귀가 개발됐을 때 그것을 개발한 기업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 이미지에 관해 사전조사를 시행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부분 소비자는 "매우 혁신적이고 편리한 제품"으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 발매하자마자 경영진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깨달은 것은 대부분 엄마가 사용이 편리한 종이기저귀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자신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다. 헝겊기저귀보다 훨씬 더 비경제적이고 소모적인 종이기저귀를 사용해 아기를 편하게 키우려는 엄마, 자신의 편리함만 추구하는 게으른 엄마, 돈을 낭비하는 엄마로 비쳐질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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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혁신적인' '매우 편리한'은 비록 좋은 이미지이기는 했으나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이미지, 즉 필요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기의 피부를 보호하는 기저귀'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정하고 광고나 패키지디자인 등을 통해 그 개념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내 아기의 피부건강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종이기저귀를 써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엄마들이 구매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매우 편리한'처럼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연상하는 내용이 이미지다. 그리고 '아기 피부를 보호해주는'처럼 의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체성이나 개성 등을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브랜드 관리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가 일치되도록 하는 작업이다. 먼저 왼손 바닥에 브랜드 아이덴티티 내용을 적어놓고, 오른손 바닥엔 조사에서 도출된 브랜드 이미지 내용을 적는다. 그리고 두 손바닥에 적힌 내용이 일치하는 만큼 겹쳐본다. 물론 겹치는 면적이 크면 클수록 브랜드 관리가 잘된 것이다. 겹치지 않는 내용이 무엇인지, 겹치지 않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겹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이것을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브랜드 관리다. 왼손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친근한, 성실한, 투명한, 전통있는'처럼, 또는 '매우 섹시한 사람'처럼 오른손 바닥에 적힌 내용만 보면서 흐뭇한 사람이 있다면 맹구와 비슷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