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C&그룹 임병석 회장, 침묵·버티기 속내는?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11.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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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 임병석 회장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도 아랑곳없는 태도다. 임 회장의 침묵에 검찰도 답답한 상황이다.

공개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21일 C&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 회장을 전격 체포할 때만 해도 자신만만해 하던 검찰이다. 하지만 수사 속도는 갈수록 더뎌지고 갖가지 의혹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임 회장의 버티기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횡령·배임 혐의 수사에서 제자리 걸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일단 임 회장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10일까지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핵심 의혹인 정·관계 로비 혐의에 대해선 제대로 손도 대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물론 검찰은 "수사 초점은 기업 부실화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연일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은행권 임원,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의 로비 연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밝히는데 검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사안 자체가 복잡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00년대 중반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법 의혹에 연루된 계열사수가 많은데다 횡령 기간이 장기간이라는 점, 위장 계열사나 해외 법인을 통해 자금을 빼돌려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찰은 이미 올 7~8월부터 지난달 공개수사 개시 직전까지 무려 4~5개월 동안 내사를 벌여왔다. 그동안 충분한 자료와 기록 검토가 이뤄진 게 분명하다.

이를 입증하듯 검찰은 위장 계열사로 지목된 광양예선과 남부IND의 존재를 찾아냈고 구체적인 자금 이동 시기와 규모 등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임 회장의 침묵 때문이다.


◇임 회장이 노리는 것은?
임 회장은 조사 과정 내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그는 검찰이 횡령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계열사와 그룹을 살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을 뿐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임 회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임 회장이 침묵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진술 내용을 '경영상 판단'이라는 부분과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은 없다'는 부분으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경영상 판단'이라는 부분은 배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는 배임죄의 구성이나 처벌 요건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인정되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례인데 임 회장이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는 부분은 로비 혐의와 연결된다.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함구할 경우 로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비자금 용처인 셈인데 검찰이 이를 밝히는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버티기 전략 끝까지 통할까
결국 검찰로선 임 회장의 구체적인 배임·횡령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과 참고인 진술로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경우 임 회장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임 회장의 침묵 전략이 끝까지 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임 회장 이전에도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어서다. 군·경찰·검찰·법원에 구축한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사기·공갈·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뇌물공여)로 2005년 11월 기소됐던 거물 법조 브로커 윤모씨가 바로 그다.

당시 검찰은 8개월 동안 윤씨를 수사한 뒤 58건의 범행을 기소했고 윤씨는 수사 과정 내내 핵심 혐의를 모두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고 44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윤씨는 결국 2008년 2월 징역 8년에 추징금 12억3930만원의 중형을 확정 판결받았다.

재경지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형량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임 회장의 태도 변화 여부는 결국 검찰의 증거 확보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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