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50·사진)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그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관료주의 문화를 갖고 있어 안정적인 디자인만 추구한다”며 “한국의 산업 디자인은 덜 보수적이고, 더 인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창조적인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 디자인 수준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 기업의 롤모델로 제시한 것은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사. 그는 “삼성·LG는 뛰어난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을 선보이진 못했다”며 “디자인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플처럼 비전 있는 디자이너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11월 방한했을 때는 “디자인이 엘리트주의에 함몰됐다”며 ‘디자인 민주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면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9~10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산업기술 지식콘서트 ‘테크플러스 2010’(지식경제부·중앙일보 주최) 행사에 참석해 ‘창조적인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한다.
다음은 라시드와의 일문일답.
-대중이 당신의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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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영역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과 미술, 제품과 인테리어 등을 넘나들며 디자인한다. 이제는 많은 디자이너가 그렇게 한다. 사람들은 좋은 디자인을 알아본다.”
-당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인간적인 디자인이다. 현대의 디자인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경향이 있다. 나는 이런 시대일수록 더 따뜻하고, 편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보는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애경의 주방세제, 파리바게뜨의 생수 브랜드 등 한국 소비재를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둔 것은.
“나의 관심사는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한 인간적인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한국 제품을 만들 때도 거기에 집중했다.”
-한국 디자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국 기업은 제품을 디자인할 때 보수적이다. 지나치게 기능에 집중한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디자인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데 따른 위험이 적기 때문에 다소 혁신적·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기 전에 일감을 얻기 위해 뉴욕에서 노숙자처럼 생활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 모방하지 말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남과 다른 생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중앙일보 김기환 기자